매일신문

[하국근의 명리산책] 아직도 공부 중, 고민 중

'책벌레'는 요즘도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예전에는 더 그랬다. 학문이 인격이나 명예의 척도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은 대우가 달라지는 추세다. 부가 명예와 지위를 가늠하는 기준 잣대가 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책상물림'이 예전만큼은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이는 '배움의 실용화'가 중시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인성(印星)이 사주에서 많은 사람은 대개 학업에 매달린다. 응용과 실천을 뜻하는 식상(食傷, 食神과 傷官)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고, 정신세계가 높기에 혼자서 사색하기를 좋아한다. 하루 종일 골방에서 소설책을 읽어라 해도 마다할 사람이 아니다. 굳이 돈 벌 생각도 않는다. 돈은 의식주 해결로 만족해하는 사람들이다. 지켜보는 가족들은 속상할 일이지만 자기가 내키지 않으니 별 도리가 없다.

생각이 많은 사람도 인성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어떨 땐 세상 근심은 혼자서 다하는 것처럼 찌푸린 얼굴이 되기도 한다. 이상향을 꿈꾸는 유형이기에 '기존 틀'이 불만스럽기도 하다. 인성 중에서도 정인(正印)보다 편인(偏印)이 강한 사람이 더 하다. 기분 내키는 대로다. 호기심이 많기에 이것저것 손댐은 많지만 꾸준하지 못하다. 사고(思考)의 다변화다. 그러나 편인이 강한 사람의 공상이나 추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다양하게 머리를 쓴다. 문학이나 예술 방면에 특출한 재능이 있다.

생각이 많기에 계획은 잘 세운다. 그러나 실천력이 약하다. 머리로 몇 천억을 벌고, 대통령직도 잘해낸다. 화성에도 가고 토성에도 간다. 그러나 그저 머리로만이다. 실천력 부족으로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많다. 고민을 더 해봐야 하고, 계획도 완벽하게 세워야 안심이 된다. 따라서 순간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엔 불리하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것도 병인 셈이다.

인성이 강한 사람은 현실감각이 부족하다.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감'이란 말이 있듯이 이상과 현실은 대척점에 있다. 사주에선 인성은 이상세계이고, 재성(財星)은 현실세계가 된다. 재성은 인성을 극(剋)하는 관계로 나타난다. 세상살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이상을 이긴다. 그냥 생각해 봐도 그렇다. 예전의 투사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제도권 내로 진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면 좋다.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인성이 강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현실감각을 키워줘야 한다. 인격도야 측면서 그러하고,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에도 부대낌이 적다. 실천하려는 의지도 중요하다. 그 첫발은 남을 이해하고 남의 의견을 들어주고, 그리고 활동성을 키우는 것이다.

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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