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화책 마음껏 읽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감사"

대구 4개점 동시 오픈 산뜻한 새 장판·책장…아이들 얼굴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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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죽전동 대구다운회에서 열린 \'행복한 도서관\' 15호점 개관식에서 사랑의 산타로 변신한 책 동그라미 봉사단원들이 지적장애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몸은 다 자랐지만 마음은 해맑은 어린아이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찬호(가명·26) 씨.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해 늘 스케치북을 끼고 다닐 정도인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껏 들떴습니다. 그가 하루종일 지내는 장애인근로작업장 2층에 작은 도서관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이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마음껏 그림책을 보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23일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 있는 대구다운회 작업장에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배달됐습니다. 창고로 방치됐던 작업장 2층에 매일신문 '행복한 도서관' 제 15호점이 문을 연 것입니다. 냉기 가득하고 지저분했던 작업장에 산뜻한 장판이 깔리고, 파스텔톤의 화사한 책장에 수백 권의 책이 꽂히고, 차가운 알루미늄 새시에는 하늘빛 버티컬이 드리워졌습니다. 행복한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책 동그라미 봉사단 단원들은 이날 빨간색의 산타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봉사단원들이 함께 동화책도 읽어주고 캐릭터가 달린 볼펜과 독서 기록장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눠주자 이곳에서는 웃음 꽃이 활짝 피어 났습니다.

대구다운회 장애인 근로작업장은 다운증후군 등 지적장애를 가진 성인 30여 명이 함께 일을 하는 곳입니다. 20살부터 37살까지의 성인들이지만 가슴 속에는 예닐곱 살 아이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1급 장애인일 정도이다 보니 여느 장애인 작업장 등지에서는 일할 곳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이들의 부모들이 합심해 일할 곳을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비록 지적 장애가 있을지라도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그림책이 보여주는 아름답고 정의로우며 희망 가득한 세상을 티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 가득 담을 수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지태문 회장은 "아이들을 챙기느라 동분서주하고 살았지만 정작 아이들의 가슴속에 문화적 욕구까지 채워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책을 통해 좀 더 가슴이 풍요로운 아이들로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또 다른 곳에서도 '행복한 도서관' 3개점이 동시에 문을 열었습니다. 12호점은 동구 각산동에 있는 '즐거운지역아동센터', 13호점은 달서구 본동에 있는 '본영지역아동센터', 14호점은 달성군에 있는 '다사주공복지센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본영지역아동센터 장미경 센터장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서 행복한 도서관을 신청했는데 이렇게 아이들에게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주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번 12~15호점의 행복한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호텔인터불고 권영호 회장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권 회장은 지난 4월부터 대구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받게 되는 보수를 매일신문사에 기탁해오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글뿌리출판사 류일윤 대표와 그레이트북스 김경택 대표, 해맑은어린이서점 황대성 대표, 마음문학치료연구소 김은아 소장이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추운 겨울, 가슴까지 따뜻하게 데워질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게 도와준 많은 분들께 본란을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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