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쓰레기 더미 같은 집 허물고 새 보금자리

"이젠 살 것 같아"

구미 금오로타리클럽 회원들과 선산읍사무소 관계자들이 할아버지 형제의 집을 허물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창희 기자
구미 금오로타리클럽 회원들과 선산읍사무소 관계자들이 할아버지 형제의 집을 허물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창희 기자

온갖 쓰레기 더미에 둘러싸인 폐허 같은 집에서 10여 년을 살아온 68세, 62세의 할아버지 형제가 주위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24일 찾은 구미 선산읍 H씨 형제의 집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폐품 창고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잡동사니로 가득 차 악취까지 나는 방은 사람 하나 누울 공간이 제대로 없었고 온기조차 끊긴 지 오래 전인 것 같았다. 부엌 역시 밥을 끊여 먹은 흔적이 너무 오래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할아버지 형제는 주민들과 단절된 채로 10여 년 동안 이런 삶을 살아왔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했다.

행정기관을 비롯해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이 이들 할아버지 형제의 삶을 개선해 주기 위해 집 수리, 입원 등을 수차례 시도해 봤지만 만만찮은 비용에다 대인 기피증과 병원에 절대 가지 않으려는 할아버지들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선산읍 성심노인복지센터(센터장 박현선 미셸 수녀)가 2여 년 전부터 이들에게 밑반찬 제공, 돌봄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펴면서 형제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최근 미셸 수녀를 비롯해 사회복지사들과 선산읍사무소 관계자들은 수소문 끝에 후원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후원자로 나선 구미 금오로타리클럽 회원들과 포항 은하수로타리클럽 회원들은 24일 1천100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형제의 집을 허물고 깨끗이 청소한 후 아담한 컨테이너 하우스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줬다. 그리고 할아버지들을 칠곡의 노인전문병원으로 모셔 치료를 받도록 했다.

성심노인복지센터 측은 형은 입원 치료를, 동생은 치료 후 사회적 기능훈련 등을 통해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도록 보살필 계획이다.

박현선 미셸 수녀는 "큰 강을 건너기 위해 첫 번째 디딤돌을 놓은 심정이며, 주민들의 따뜻한 배려가 있을 때 이들 할아버지 형제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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