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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본다. 정신없이 살아온 것 같지만 크게 이루었노라고 내세울 것은 별로 없다.

방학을 맞은 막내가 소중하게 들고 온 것은 동그라미에 그린 생활계획표였다. 꿈나라가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과 운동하기, 책읽기가 대부분이다. 아이는 자신의 희망 시간표를 보란 듯이 문에 붙여두고 있다. 숙제라도 하라고 하면 자기가 정한 대로 생활해야 하는데 아직 그 시간이 아니라며 제 주장을 내세운다.

나도 한때, 삼백육십오 일을 한 장에 그려 넣어 만든 일 년짜리 계획표를 벽에 붙여두곤 했었다. 무엇을 어떻게 적어 넣을까. 가슴 설레던 날도 있었다. 일 년이 지나 그 위에 새로운 계획표를 걸며 지난날을 짚어보던 생활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것조차도 적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곤 한다.

우리 생에서 일 년이라는 시간은 얼마나 길까? 365일은 8천760시간. 단위를 바꾸면 3천153만6천 초이다. 여고 시절의 체력장 검사가 떠오른다. 그때 100m 달리기는 십 몇 초가 하한이었던 것 같다.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는 늘 무서웠다. 땅! 소리에 깜짝 놀라 뒤로 주춤 한발 물러섰다가 정신없이 내달려도 시간은 얼마나 빨리 가던지 숨도 안 쉬고 달려야만 했다. 반면 철봉 오래 매달리기에선 일 초가 왜 그리 더디 가던지, 30초를 참느라 온몸의 피가 몽땅 얼굴로 몰리는 듯 너무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상대성 이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아름다운 여자와는 2시간 동안 같이 앉아 있어도 2분처럼 느껴지고, 뜨거운 화덕 위에는 2분만 앉아 있어도 2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라는 말로 그 개념을 설명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일 년이라는 시간이다. 그 첫 달.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의 마디들을 엮어 나갈 수 있도록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보고 싶다. 길 떠날 때 쓰는 내비게이션의 바로찾기 기능처럼 한 해도 목표와 방향을 알맞게 정해 놓으면 알차면서도 조금은 여유 있는 여정이 되지 않을까. 바라는 만큼의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온 마음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할 것이다. 간혹 실수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더라도 순간순간 온 정성을 쏟았으면 결과에 대해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리라. 언젠가는 그것이 뒷걸음질이 아니라 앞으로 내디딘 발걸음이 되었기를 희망하면서 열과 성을 다하고 싶다.

다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처음 세운 계획과 실제 이루어 놓은 결과를 비교해 잘 살아온 한 해였다고 만족스런 웃음을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명희<대구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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