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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소(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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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소가 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세. 서둘러서는 안 되네. 참을성이 있어야 하네. 세상은 참을성 앞에 머리를 숙인다는 것을 알고 있나? 힘차게, 죽을 때까지 밀고 가는 걸세. 결코 상대를 만들어 밀면 안 되네. 상대는 계속해서 나타나게 마련일세. 그리고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네. 소는 초연하게 밀고 가네. 무엇을 미느냐고 묻는다면 말해주지. 인간을 미는 것일세. 문사를 미는 것이 아닐세." (나쓰메 소세키,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

우리 민족에게 소는 가축이기 이전에 가족이었다. 구제역 파동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매몰되는 가축을 보면서 존재의 비극성과 인간의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정말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다. 매몰 직전, 소가 그 선한 눈을 끔벅이며 하고픈 말은 무엇이었을까. 숙명처럼 길들여지며 살신성인해 온 소의 일생을 돌이켜보면 소는 인간 이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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