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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머리맡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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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스스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도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책을 읽기보다 생각한 것들을 바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가 적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제 책을 좀 더 많이 읽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부터 대구예총의 예술소비운동본부장(공연부문)을 맡고 있는데, 예소본의 강령 중 매월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머리맡 책을 갖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본부장이라면서 적극 참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그야말로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이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책을 읽지 않고는 인생을 제대로 산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머리맡 책'은 글자 그대로 머리맡에 두고 자주 읽는 책을 말한다. 지난해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부터 알려진 말이다. 스님께서 머리맡에 두고 읽었던 책이 언론을 통해서 공개되면서 이 용어가 일반화된 것이다.

그냥 재미로 한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머리맡에 두고 자주자주 읽는 책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꺼번에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하는 책이 머리맡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책을 머리맡 책으로 선정해야 하는가는 많은 책을 읽고 난 다음에라야 결정될 것이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머리맡에 두고 읽을 책으로 우선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를 선택했다.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놓인 책을 슬쩍 끌어당겨 한두 페이지 읽는 것이다. 잠이 올 때까지 읽어도 좋다. '일기일회'에서 다음 구절을 만났다.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참 놀랍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테지만 우리는 순간순간 정말 살아있음에 감사하거나 그 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읽은 이 한 구절이 잠을 설치게 한다. 나는 오늘 어떤 인연을 만났는가 생각하기도 하고,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가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들은 정말 한 번뿐인 것들인데 함부로 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경우가 적지 않다.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 오늘 한 행동들이 그리 세련되지 못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많은 후회를 하고 오늘 다짐한 일들을 쉽게 까먹곤 하지만 그런 일들을 머리맡 책이 고쳐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이 많아지면 나도 조금은 더 성숙해지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손경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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