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내 집 앞 골목 길 청소 나부터 먼저

이번 설 전날부터 어떻게 하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골목 전봇대 주위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 비에도 젖지 않는 실크 벽지에 "마음에 숙제 장소입니다. 오물을 버리지 마십시오"라고 적어 두어도 소용이 없었다. 생각 끝에 전봇대 주위 골목 사방 오물을 내가 모으기로 했다. 그렇게 글을 적어두어도 지켜지지 않던 쓰레기 문제가 일주일 만에 해결되었다.

나 자신의 조그만 수고에 주위 환경이 깨끗해졌고 주민들도 골목길이 깨끗해짐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후로도 나는 보이는 대로 쓰레기를 치웠고 깨끗해진 주위 환경에 이웃 주민들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같았다.

2남 1녀가 졸업한 인지초등학교 담벼락 주위도 우리 집 골목 전봇대처럼 쓰레기가 버려져 있던 곳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 알코올중독으로 새벽 잠을 잘 수 없던 그 시절, 나는 잠이 안 오면 학교로 갔었다. 어둠 속에서 오물을 줍고 풀을 뽑다 보면 새벽이 밝아 오곤 했다. 그 당시 쓰레기가 너무 함부로 버려져 있어서 새파란 고무통을 운동장 옆 놀이터에 가져다 놓았었다.

그때도 새파란 고무통이 놓이고 난 후로 쓰레기가 많이 줄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내가 가져다 두었던 새파란 고무통이 있던 자리에 돌리면 쓰레기가 쏟아지는 신식 쓰레기통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노력이 주는 교훈이다.

신묘년 새해에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탓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에 상쾌함을 줄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줍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골목 길 청소의 성공 비결이다.

류영길(대구 서구 비산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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