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제, 프로야구 버전 2.0시대"…삼성 라이온즈 김인 사장

우승꽃 피는 대구찬가 울린다

김인 사장이 사장실 문 앞에서
김인 사장이 사장실 문 앞에서 '프로야구 2.0'시대를 활짝 열겠다며 자신에 찬 미소를 짓고 있다.
김인 사장이 기자와 함께 접견실에서 인터뷰를 하다 자신의 집무실로 옮겨, 컴퓨터에서 패티김의
김인 사장이 기자와 함께 접견실에서 인터뷰를 하다 자신의 집무실로 옮겨, 컴퓨터에서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을 틀고 난 뒤, 흥겨움에 젖어 리듬을 타고 있다.

'프로야구 2.0, FRM, 능금꽃 피는 고향'

토끼해, 지역의 사자 구단 보스가 된 김인(62) 삼성라이온즈 사장이 펼쳐보일 신개념 야구의 키워드들이다. 삼성SDS를 글로벌 기업으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사장 출신답게 이런 첨단 IT 개념을 야구에도 접합시키고,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한층 강화시켜 나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삼성라이온즈 사장실에서 만난 김인 사장과 1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고 난 소감을 먼저 밝힌다. "신임 사장에게 적극성과 치밀함, 재치와 역동성이 함께 내재하고 있어 분명 달라진 삼성 야구에 대한 기대를 한껏 달아오르게 합니다."

취임 후 스포츠신문을 포함한 서울의 주요 언론과도 와이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그는 매일신문과 첫 인터뷰 테이프를 끊고 "탄탄한 투수진을 바탕으로 빠르고 공격적인 야구를 강행, 이기겠지만 혹시 지더라도 박수 받는 드라마를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S에서 보여준 그의 실적과 능력, 조직 융화력 등은 이미 검증된 첨단 CEO라는 것을 입증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왜 '어질 인'(仁)이라는 외자 이름을 지어줬는지 이제 지역의 야구팬들이 알 차례가 됐다. 그는 어질고 강한 CEO다.

◆대구구장에 울려 퍼질 대구찬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창녕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로 온 사나이, 대구고에서 공부를 해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또 삼성의 연고인 대구에서 야구단을 맡게 됐다. 지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를 이유가 될 수 있었다.

인터뷰 중 김 사장은 기자에게 되물었다. "야도(야구도시)라 불리는 부산구장에는 부산갈매기가 있는데, 대구에는 뭐가 있죠?"

주춤거리자 그는 인터뷰 장소를 이내 옮겼다. 손님 접견실에서 그의 집무실 책상 컴퓨터로 바로 이동했다. 기자도 궁금했다. '뭘까?'

모니터가 세로로 길게 세워져 있는 그의 컴퓨터를 켜자 대구를 노래한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이 흘러나왔다. 이내 신바람이 났다. '대구는 내 고향'이라는 후렴구 클라이맥스 부분을 부를 때는 9회 말 신나는 역전 드라마를 쓰고, 대구구장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연상하면서 덩실덩실 신나게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노래 가사는 대략 이렇다. ♬능금꽃 향기로운 내 고향 땅은 팔공산 (중략) 사랑의 거리 대구는 내 고향♬

'부산갈매기'처럼 파워풀 하지는 않지만 정겨우면서도 신이 났다. 이미 그는 '대구찬가'라 불리는 패티김의 이 노래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비트가 빠르고 더 흥이 날 수 있도록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앞으로 지역의 야구팬들이 지겹도록 듣고, 따라 부를 노래니 지금부터 패티김의 이 노래를 대구구장의 대표 지정곡으로 생각하고 다 외워도 좋을 듯했다.

◆최첨단 야구 서비스, '언빌리버블'

'프로야구 2.0 시대를 열어라'. 김 사장은 이를 자신이 삼성의 야구구단 사장으로 온 시대적 사명이라 스스로 여기고 있었다. 설명하자면 우리 프로야구는 출범한 지 30년이 됐고, 이제 참여·개방·공유가 핵심 키워드인 '웹 2.0'처럼 앞으로 30년을 대비한 새로운 야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인터뷰 전날인 8일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을 위한 KBO 회의에 참석하고 온 그는 "롯데 구단이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한 엔씨소프프 야구단 창단에 반대를 했지만 이는 새 구단에 대한 부실 우려 때문인 것으로 좋게 해석하고, 앞으로 야구가 더욱 국민 스포츠로 인기를 누릴 방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상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야구장에서 선수를 찍으면, 증강현실로 그 선수의 각종 기록이나 경력이 뜨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음료수나 간식거리가 배달되는 시스템이 꿈이 아닙니다. 아직은 대구구장 시설이 낙후돼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지만 새 구장이 들어서면 첨단 서비스를 접목할 계획입니다."

이에 더해 그는 삼성 IT를 책임졌던 수장답게 'FRM'이라는 신조어를 들고 나왔다. Fan Relation Management의 약자다. 바로 팬과의 유대와 접촉면을 강화시키고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구단 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을 하자는 개념이다.

김 사장은 이 대목에서 이번 삼성라이온즈 구단의 사장-단장-감독 트리오가 모두 교체된 배경도 넌지시 암시했다. 그는 "김응룡 사장이나 김재하 단장, 선동열 감독 모두 유능했고 잘 했지만, 이를 토대로 이제 새바람을 불어넣을 때도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여성을 위한 CEO, 야구장에도 '여풍당당'

'대구는 여성 야구팬으로 유명한 지역'.

김인 사장을 즐겁게 해 줄 말이다. 그는 SDS 사장 시절부터 여성을 위한 마인드가 남다르기 때문. 미국 IBM의 전체 직원의 30%가 여성, 임원의 20%가 여성인 것을 부러워했다. 자신 역시 그 마인드대로 사장 재임 동안 여성의 채용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여성 복지를 대한 신개념을 도입했다.

김 사장은 삼성SDS에 '싱글 오피스 제도'와 '더불어 육아근무 제도'를 도입한 사람이다. '싱글 오피스 제도'는 일종의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제도며, '더불어 육아근무 제도'는 중소형 아파트 2채를 얻어 그곳에 전문 베이비 시터(baby sitter)를 고용해 안심하고 자녀(3~6세) 돌보기와 함께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놓은 특별 혜택이다.

그는 이 마인드를 야구장에 그대로 적용해 섬세한 서비스로 여성들을 더욱 확대하고, 스타 선수들과의 즐거운 교류에도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삼성라이온즈에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선수들이 많죠. 그죠?"

여성 팬들을 끌어들일 무기는 또 있다. 바로 소통이다. 김 사장은 이미 SDS 시절 'CEO 월요편지'로 1만 명에 이르는 직원들과 매주 소통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일주일 동안 무려 4천50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했으나, 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진솔함을 담은 CEO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이 편지를 통해 CEO의 생각을 간파하고, 이에 적극 응해줬으며, 답장을 통해 피드백을 하는 직원들도 적잖았다.

'세계 1등 기업 SDS를 위해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내용의 마지막 편지는 감동 그 자체였으며, 수백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8년 동안 온몸을 바쳐 일해 준 CEO에게 고마움의 답변을 했다.

김 사장은 "대한민국 CEO들 중 여성들을 위한 마인드로 따지자면 둘째 가라면 서럽다"며 "예전에 미인이 많은 도시, 대구에 야구를 통해 여성들에게 신바람을 안겨주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대구에 불 새로운 야구 바람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감동을 안겨주길 신임 사장을 통해 기대해본다.

권성훈기자 @msnet.co.kr/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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