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탄이 쏟아진 뒤인 13일 오후 울진읍내. 시내는 고요하고 적막했다.
주택과 상가, 도로 모두 한밤중처럼 조용하고 사람 발길조차 없어 을씨년스러웠다.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평균 85.2㎝, 울진 서면은 1m에 육박(97㎝)하는 적설량을 보이면서 도심 교통망이 완전 마비된 것이다. 국도를 달리던 차량도, 산간마을 주민도, 정박된 어선도 눈 속에 덮여버렸다.
12일 오전 7번 국도와 88번 국도 일부구간이 통제되면서 외곽 지방도로로 차량이 우회했고, 이 차량 수십 대조차 고립돼 운전자들은 옴짝달싹을 하지 못한 채 눈이 녹기를 마냥 기다려야 했다. 국도 2곳은 이날 오후 들어 교통통제가 해제됐다. 그나마 군부대 장병들이 시내 전통시장 주변과 외곽 마을 진입도로 등지 제설작업에 나서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울진 외곽도로는 13일 오전이 돼서야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눈 폭탄은 도로는 물론 산간마을과 바닷가, 농축산단지 등에 큰 피해를 냈다.
울진 기성면 사동리 등 일부 산간마을은 고갯길이 막히면서 10여 명의 주민들이 13일 오전까지 고립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울진읍 연지1리 현내항 2척과 후포항 1척 등 총 3척의 소형 어선들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침몰했다. 울진읍과 원남면 등지 52개 농가 비닐하우스 61개 동과 울진읍 호월리 파프리카 단지 16개 동이 붕괴됐다.
11일 새벽 시작된 눈은 12일 오후 3시 이후 잦아들었다. 12일 하루 만에 60㎝의 눈이 내려 97㎝의 적설량을 기록한 울진군 서면은 역대 최고치였던 2005년의 적설량 40㎝를 두 배 이상 갱신했다. 14일 오전 현재에도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는데다 계속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에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울진군은 11일부터 공무원과 주민 등 1천300여 명과 장비 360대를 동원해 주요간선도로 제설작업과 농가지원에 나서고, 군부대 역시 도움의 손길을 보탰으나 즉각적인 제설과 교통소통에는 역부족이었다.
울진군 관계자는 "11일부터 많은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12일 하루 만에 쏟아진 60㎝의 눈을 제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늦어도 16일까지는 울진군 전역에 대한 눈 피해 복구와 제설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울진기상대 관계자는 "울진군은 통상적으로 2월에 눈이 많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급작스럽게 쏟아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한편 울진기상대가 14일 또 다시 많은 눈을 예보하자, 울진군과 군부대 등 관계기관이 비상대기 태세에 나섰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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