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빛 수진 숭고한 사랑…" 김 추기경 각막받은 권중지 씨

"하루도 잊고 산 적 없어"

"2년 전 그때의 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캄캄한 암흑 세상에서 추기경님의 각막이 세상의 빛을 제게 돌려 주신 거죠. 기증 받은지 벌써 2년이 흘렀어요. 온 세상이 차츰 밝아지더니 어느덧 그분의 사랑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을 기증받아 세상의 빛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권중지(74·사진) 씨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에 부담을 느꼈던 지난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권 씨는 그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무한한 사랑을 주고 떠난 김 추기경의 숭고한 뜻에 누가 될 수 있다며 언론에 자신의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다.

지난 2009년 2월 17일 김 추기경의 각막을 기증받은 권 씨는 최근 들어 시력이 한결 맑고 환해져 촌로임에도 용달차를 구입해 운수업을 하면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권 씨는 "캄캄한 어두움 대신 환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이 모든 것이 오로지 그분의 은혜 아니겠느냐. 오늘까지 단 하루도 그분을 잊은 적이 없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며 눈시울에 이슬이 맺혔다.

김 추기경은 선종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아직 안동의 한 촌로 신체 일부에서 살아남아 평범한 촌로의 심성까지 변화시키면서 아직도 세상 사람들에게 무한 사랑을 내고 있다.

권 씨는 "나 스스로도 김 추기경님처럼 되고 싶다"며 장기 기증에 대해 진지하게 묻기도 했으며 올 해부터 성당에도 다닐 것이라고 했다.

권 씨는 "한층 눈이 밝아져 세상을 다시 살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는 게 그분의 뜻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 씨의 방에는 생전의 김 추기경 사진이 걸려 있다. 김 추기경의 선종 2주기를 맞아 권 씨와 가족들은 환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주고 떠난 김 추기경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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