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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박의 작명탐구]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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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은 지난해 3월 11일, 길상사에서 78세(법랍 54세)를 일기로 입적하신 법정(法頂) 스님의 1주기가 되는 달이다. 스님은 생전에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좋은 말씀과, 맑고 정갈한 글쓰기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스님의 대표적인 수필집인 '무소유'의 한 일화가 생각난다. 어느 해 가을, 법정스님이 법당에 새벽예불을 드리러 간 사이 스님의 방에 도둑이 들었다. 그러나 스님에게 든 감정은 분노도, 아까움도 아닌 부끄러움이었다.

'내게도 잃어버릴 물건이 있었다는 것이, 남들이 탐낼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구나. 본래 물건은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인연으로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떠나는 것인데…. 어쩌면 내가 전생에 남의 것을 훔친 과보인지도 모르지.'

없어진 물건들 중에는 탁상시계도 있었다. 시계는 꼭 필요한 것이기에, 스님은 이번에 아무도 탐내지 않을 낡은 시계를 구하기로 마음먹고 시내로 나갔다. 시계가게에 들어서니, 마침 한 남자가 시계를 판매하려고 가게 주인과 흥정 중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시계는 스님의 시계였다. 스님을 알아 본 남자는 당황하여 고개를 들지 못했다. 스님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곧 시치미를 뚝 떼고 남자에게 말했다. "그 시계가 참 맘에 드는데, 괜찮으시다면 저에게 파시면 안 되겠습니까?" 결국 남자에게 1천원을 지불하고 시계를 되찾은 스님은, 다시 만난 시계와의 인연에 고마워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법정스님은 1932년 10월 8일,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상고를 거쳐 전남대 상대에 진학하였다. 그는 6'25의 상처를 겪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 3학년 때인 24세에 당대의 고승인 효봉(曉峰)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스님의 속명은 박재철(朴在喆)이나, 불가(佛家)에서는 속명을 사용하지 않고 법명인 법정(法頂)을 사용한다.

스님의 속명이나 법명을 보면 금(金)의 기운이 강하게 투출되니 이는 식신(食神)에 해당된다. 식신의 성격은 말 그대로 먹을 복이다. 먹을 복이라 하여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성격이 자기관리능력이 뛰어나고 불필요한 허영심이나 사치를 싫어한다. 간혹 괴팍하다는 말도 들을 수 있다. 여러 방면에 재주를 가진 사람이 많아 밥 굶을 일은 없다. 그래서 식신이라 한다. 스님의 경우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고 자유인으로 살고 싶어 불가에 들었겠지만, 상과를 전공한 청년시절에 사업을 했어도 그의 이름처럼 관리능력이 뛰어나 성공한 CEO가 되었을 것이다.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옛말이 있다. 결국 자신의 정신세계를 지키든, 물질적인 재산을 지키든, 관리 능력이 확실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굳게 다문 입술과, 철판도 뚫을 것 같은 강한 눈빛이 승려의 신분으로서 자기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스님의 얼굴에서 여실하다. '법정스님', 그는 자신의 삶 전체로 무소유를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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