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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입학 어르신 3명, 손주뻘과 함께 '신나는 가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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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정화자·정갑수·이명자씨 고경초교서 늦깎이 공부 열정

"배움에는 늦은 나이가 없다는 말에 용기를 내 초등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영천시 고경면 고경초등학교에 어르신 3명이 입학해 공부의 열정을 불태우며 아름다운 도전을 하고 있어 화제다.

이번에 입학한 늦깎이 초교생은 정화자(집나이 70·고경면 전사1리)·정갑수(67·고경면 동도리)·이명자(55·고경면 전사1리) 씨 등 3명. 이들은 올해 고경초교 전체 신입생 7명 중 절반에 해당돼 학교 살리기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5일 오전 고경초교 1학년 1반 교실에서는 담임교사의 지도 아래 어르신 3명과 손주뻘 학생 4명이 처음으로 글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칠판을 보며 기역에서 시옷까지 연필로 공책에 꾹꾹 눌러 쓴 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외웠다.

이어 어르신과 어린 학생들이 장미, 개구리, 다람쥐 등 3개 팀으로 나눠 '글자 짝 맞추기' 기억력 게임을 하며 마치 대가족처럼 행복한 수업을 계속했다. 쉬는 시간에 어르신들이 공치기 놀이를 하자 어린 학생들도 재미있다며 따라했다.

정화자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3살 때 아버지가 별세해 학교에 다닐 기회가 없었다"며 "그동안 글자를 몰라 답답했지만 늦게나마 못 배운 한을 풀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키우던 소 3마리를 1마리로 줄이고 밭농사도 다른 사람에게 맡겼으며 논농사만 짓기로 했다.

정갑수 할머니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소 먹일 풀을 뜯으며 집안살림 도우기에 바빠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오늘 글자공부로 이제 낫 놓고 기역자를 알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명자 씨는 "어릴 때 건강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만뒀다"며 "농사 짓는 남편을 도와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어린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홍아름(29) 담임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교사 앞에서는 무서워하지만 어르신들은 잘 따른다"며 "점심시간에 어르신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치고 청소 등 생활지도도 잘 해준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입학 소식에 고경초교 총동창회, 고경향우회, 고경사랑회, 기업인, 주민 등이 장학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김영희 고경초교 교장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어르신들이 서로 의지하며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잘 하고 있다"며 "졸업장을 받을 때까지 주위에서 계속 성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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