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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능 사회 속 농촌총각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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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꾼의 옷을 훔친 선녀…6월 12일까지 엑터스토리

'나뭇꾼의 옷을 훔친 선녀'. 뭔가 역설적이다. 전래동화로 알기에는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훔치는데 이 연극의 제목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연극은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이다. 우직하면서 순박한 농촌총각 '백만석'과 그가 무작정 좋다고 찾아오는 발랄한 도시처녀 '신선녀'의 사랑 이야기다. 동화 '나무꾼과 선녀'를 뒤집어 물질 만능의 현대사회에서의 사랑과 감동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극을 이끌고 가는 것은 사랑 이야기지만 그 과정에서 숱한 양념들이 들어간다. 극본을 직접 쓰고 연출도 맡은 김재만 대표(엑터스토리)는 "2006년 3월 초연된 이후 매년 무대에 오르는 작품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초창기 작품은 연극 위주였으나 지금은 뮤지컬 요소도 첨가됐고 멀티맨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야기 발상은 기발하다. 국가에서 결혼 못한 청년들을 위한 결혼 사업을 추진하고자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백만석이라는 노총각을 홍보 모델로 선발한다. 결혼해서 아이 셋만 낳으면 엄청난 포상금을 받게 된다는 말을 들은 만석은 도시로 올라오고 천방지축 신선녀와 결혼에 3번이나 실패한 '돌싱' 박복혜가 그에게 접근한다.

이 연극은 희극적 요소가 강하다. 특히 멀티맨의 맹활약이 인상적이다. 공무원, TV 리포터, 중국집 배달원 등 땀을 뻘뻘 흘리며 10역을 맡고 있는데 그의 대사와 행동은 관객들의 폭소를 쉽사리 끌어낸다. 특히 만석의 할머니로 나와 능청스럽게 관객에게 청혼하는 모습은 관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중간 중간 극장에 울려 퍼지는 심수봉의 '사랑 밖엔 난 몰라'의 멜로디는 연극 흡인력을 높인다. 배우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회전 무대를 만든 것도 다른 연극에서 쉽게 볼 수 없어 신선했다.

하지만 20살 정도 나이 차가 나는 노총각에게 무작정 좋아한다고 하는 도시처녀의 설정은 억지스럽다. 극 초반 몰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극이 진행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조금씩 알려주지만 개연성이 떨어져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뭇꾼의 옷을 훔친 선녀'는 6월 12일까지 예술극장 엑터스토리(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장기 공연한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3시에 각각 공연되며 공연 시간은 90분이다. 문의 053)424-8340.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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