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꽃샘추위

지난겨울은 무척이나 날씨가 매서웠고 예년에 비해서 많은 눈과 바람이 체감온도를 더욱 차갑게 하여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매일 치솟는 기름값과 고물가 행진으로 어려운 서민 경제에는 정말로 두 어깨에 힘이 빠진 겨울이었다.

자연의 이치는 세월이 흘러가면 순리대로 운행되듯이 이러한 모진 겨울이 우리의 마음과 몸을 꽁꽁 얼게 하지만 봄을 맞는 입춘대길 문패 앞에서는 지나간 달력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벌써 메마른 땅 위에는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는 봄을 재촉하는 꽃망울이 얼굴을 내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우내 동면을 끝낸 개구리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경칩을 지난 요즈음은 그야말로 세상만사가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채비에 분주하다.

날씨 때문에 미루어 놓았던 여러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새 생명이 솟아나는 산과 들에 한 그루의 나무와 꽃을 심는 일도 해야 한다. 투박하고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고 새봄에 맞는 가볍고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도 활짝 열어서 들과 산으로 산보하는 여유로운 생활도 하자. 봄은 누구에게나 항상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희망을 주기 때문에 항상 기대와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힘이 있다. 봄은 그만큼 우리의 마음과 몸에 싱그럽고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고 가득한 힘을 충전시켜 주는 고마운 계절이다.

그러나 이러한 봄의 고마움을 시샘하는 겨울의 미운 마음은 쉽게 물러나지 않기 때문에 봄 길목에서 꽃샘추위로 봄의 길목을 막고 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긴 우리도 얄미운 꽃샘추위 앞에서는 잠시 나약해져서 마음과 몸이 다시 얼어붙고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겨울이 지나가면 당연히 봄은 오지만 봄을 얼른 허락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오묘한 이치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진 고통과 역경을 통해서 찬란한 빛이 비치고 꽃이 피듯이 겨울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욕심쟁이 동장군의 위세가 봄에 그 자리를 양보하지 아니하는 버릇이 있다. 봄은 몇 차례의 꽃샘추위를 통해서 싱그러운 봄 향기를 나타낸다. 꽃샘추위는 우리에게 성급하지 않은 마음을 알려주고 너그럽게 기다리는 양보와 여유의 시간을 배우게 하는 자연의 진리가 숨어 있다. 이제 꽃샘추위가 지나가면 굳게 닫힌 마음을 활짝 열고 겨울의 흔적을 지워버리면서 또 다른 새로운 희망의 봄을 맞이하자. 그리고 떠나 보내기 싫은 겨울의 몸부림과 아픔을 밀어내고 봄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샘추위를 이기자.

이 극 로 시인'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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