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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시암(詩菴)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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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영 지음/황금알 펴냄

정완영 시인의 신작 시집 '시암의 봄'이 출간됐다. 93세의 시인은 "60년 동안 쓰고 지우고 고심했던 흔적들을 낙엽처럼 긁어모아 천지간에 분축(焚祝) 드리는 심정으로" 시집을 낸다고 밝혔다. 정완영 시인은 한국문단의 척박한 시조 세계를 무한히 확장한 장본인이며, 김천 직지사 산자락에 칩거하여 오직 시조에만 전념해온 우리 문단의 살아있는 역사다.

'산골짝 외딴 집에 복사꽃 혼자 핀다/ 사람은 집 비우고, 물소리도 골 비우고/ 구름도 제풀에 지쳐 오도 가도 못한다./ 봄날이 하도 고아 복사꽃 눈멀겠다/ 저러다 저 꽃 지면 산도 골도 몸져눕고/ 꽃보다 어여쁜 적막을 누가 지고 갈 건가.'-적막한 봄-

시인은 적막의 무게를 꽃보다 예쁘다고 말함으로써 이제껏 알지 못한 적막의 실체를 더듬어 볼 수 있도록 한다. 적막과 꽃이 동일시되는 찰나, 지게에 꽃을 가득 지고 가는 노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는 봄 게으르고, 가는 겨울 적막해도/ 상원사 종소리는 귀먹은 산 불러모아/ 미나리 새순 올리듯 봄빛 불러올립니다./ 강원도 오대산은 뿔이 모두 다섯 개를/ 뿔 중에도 사시 중대, 중대 위에 적멸보궁/ 낮달이 종소리 머금고 새살이 차 오릅니다.' -상원사 종소리- 정완영의 시에서는 먼 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깊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시들은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118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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