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소녀의 감수성 봉사천사…윤주미 할머니

"베푸는 삶이 좋아요. 돈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제 도움이 필요하면 그저 돕고 싶어요."

윤주미(70'대구시 서구 비산6동) 씨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봉사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윤 씨의 타고난 본성이기도 하다. 고혈압과 뇌경색, 협심증, 심근경색 등 지병 때문에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집까지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노인들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웃들을 위해 혜택을 받도록 돕기도 하며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상담사가 돼주기도 한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모자의 사정을 듣고 탄원서와 진정서를 내고 결국 감형을 받게 한 일도 있다. 윤 씨는 남을 돕느라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이고 잠까지 줄여가며 이웃 챙기기에 나선다.

윤 씨는 다리가 불편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선행이 알려지면서 멀리서도 도움을 청할 때면 감주와 호박죽 등 손수 만든 음식을 자전거에 싣고 달려간다. 주변 노인들의 장례식을 돕는 것 또한 허다한 일상이다.

통장인 윤 씨는 이웃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 비산6동 주민들이 쌀과 반찬 등의 지원품을 누구에게 줄지 문의할 정도. 지원품이 오면 배달까지 하며 자신에게 돌아오는 혜택도 양보한다. 사실 윤 씨의 형편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현풍에서 대구 비산동으로 시집 온 지 45년. 시어머니를 모시며 9남매의 맏이로 힘겹게 살아왔고 3남매를 키우면서 허리 한 번 펼 새 없었다. 시련이 닥쳐도 곧은 성격과 깊은 신앙심은 버팀목이 되었고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원동력이 됐다. 그 덕에 열심히 공부한 자녀들은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고생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다.

윤 씨는 늘 종이와 펜을 들고 다니면서 글쓰기를 즐긴다. 윤 씨는 노인성경대학연합회의 문예공모전과 가톨릭병원 30주년 기념 발간(아름다운 동행)에 '사랑하는 남편을 하늘에 보내고' 라는 작품을 낼 정도로 글재주가 남다르다. 버려지는 종이의 이면지를 활용, 진심이 담긴 글을 이웃에게 선물한다. 또 가족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면서 행복해한다.

쉼 없이 봉사하던 그에게 지난여름 시련이 닥쳤다.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윤 씨를 나무라며 쉴 것을 권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봉사활동을 계속한다.

이웃주민 신성자(51) 씨는 "윤 할머니는 우리 동네 등불이자 숨은 보배 같은 분이에요. 어르신 옆에 있으면 힘이 절로 생기고 정말 천사 같은 분" 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의학계 발전을 위해 사후 자신의 몸까지 기증한 윤 씨. "넓은 세상에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면서 늘 감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웃고 살렵니다."

글'사진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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