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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식언(食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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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뜻하는 한자 낱말 중에 식언(食言)이 있다. 이 낱말은 중국 은나라의 탕왕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경(書經) 탕서(湯誓)에 따르면 탕왕은 하(夏)의 걸왕을 정벌하기에 앞서 출전 군대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를 믿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식언을 하지 않는다.'(爾無不信 朕不食言) 표현 그대로 '말을 먹는다'라는 뜻으로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어 탕왕은 '이 맹세를 따르지 않으면 너희 처자식까지 죽여 용서하지 않겠다'고 해 더욱 섬뜩하다.

전문가에 의하면 거짓말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아이들은 재미나 벌, 꾸중이 두려워 거짓말을 많이 한다.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나 기분 나쁜 것에 대한 보복성 거짓말도 있다. 반면 성인의 거짓말은 동기는 복잡하지만 대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명예심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의 나쁜 점은 늘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른다는 것이다. 거짓을 참으로 믿게 하려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또 다른 거짓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거짓말을 자꾸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을 참으로 믿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꾸며낸 것을 스스로 참으로 믿는 거짓말쟁이의 최고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 잭 내셔는 자신의 책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에서 상대의 거짓말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행동 변화 관찰, 진실한 감정 포착, 표정의 부조화,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 연출, 디테일 읽기 등 5가지 방법이다. 그럴듯하긴 하지만 이 방법은 상대와 대화를 하고 관찰할 수 있을 때 유효하다. 이를 뒤집어 원용해 보면 대화를 하면서 세밀하게 보지 않으면 거짓말 여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도 된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대통령이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대통령 후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차례 공언한 약속을 '식언'한 것에 대한 사과의 뜻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모습은 내내 당당했고, 농담까지 곁들일 정도로 밝았다. 처음부터 정한 백지화의 각본이 짜여진 대로 잘 굴러간 것에 대한 만족감과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겠느냐는 과시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반성에 대한 유전자 결여'라는 비아냥이나 사과하는 것조차 '식언' 같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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