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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모모와 회색도당/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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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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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을 때는 (누구 말마따나) 잔치가 끝난 것 같더니, 마흔하고도 중반이 넘어가자 마음 한구석이 허물어지고, 사는 일에 대한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어가는 것 같다. 시간과 나이를 헤아리면 언제나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앉는다.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에 쫓기고 화살 같은 세월을 탓하며 사는 것이 사람들의 일생인가 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간은 시위 떠난 화살이 아니고, 느리거나 빠르다고 말할 수 있는 직선 운동도 아니다.

시간은 때(時)의 사이(間)로 이루어져 있다. 때(時)로만 이어져 인식할 수 없게 휘익 지나가 버리는 것이 아니다. 사이사이 충분히 생각하고, 느끼고, 조절할 수 있는 무수한 쉼표들을 함께 지니고 있다. 시간은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소중한 순간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쉼표들을 매 순간 살짝 살짝 섞어 놓았다.

중학교 입학식 때 같은 장소에서 졸업식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눈앞에 떠올라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리고 졸업식에서는 입학식 때 놀라던 그 순간이 생각나 한 번 더 놀랐다. 무슨 웜 홀처럼 같은 장소에서 시간은 하나인 듯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 뒤로 나는 심심할 때면 곧잘 멈추어 서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타임박스 놀이를 하곤 한다. 상상력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흐물흐물해지면 나는 그 사이를 가로질러 다른 시간대에 도착하곤 한다. 가끔 너무나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놀랄 때도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상대성 이론'이나 '초끈 이론' '다차원, 평형이론' 같은 것을 생각해 냈나 보다. 지구는 둥근 행성이고,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한다. 평면이나 직선운동이 아니니 그 시작과 끝을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지점은 시작이면서 동시에 끝이다. 시간도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이 들고 싶지 않으면 시간을 세지 않으면 된다.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해하거나 과거, 미래를 마구 섞어 시간을 정신 못 차리게 하면 된다. 시간을 세고, 두려워하여 쫓기기 시작하면 세월은 우리 어깨 위에 올라타거나, 발목을 잡고 매달려 힘들게 하고, 마침내 우리를 늙게 하고 만다.

시간을 주인으로 모시고 노예처럼 살면 덧없이 늙는다. 내가 주인이 되어 시간을 부리고 태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시간은 아름다운 꽃처럼 매 순간 피어나고 진다. 꽃 같은 시간은 내 것으로 만들어 온전히 써 버려야 한다. 자칫, 시간의 꽃이 아까워서 저축하려 들면 회색도당들이 나타나 가로채 버릴지도 모른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처럼 시간의 꽃을 돌돌 말아 시가로 만들어 피우면서 그들은 우리의 시간을 연기처럼 흩어지게 할지도 모른다.

리우/미디어설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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