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다 주례로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전문 주례인이 있다. 최대열(69) 전국 주례연합회 회장은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3천26회 주례를 섰다. 세계 최다라는 기록을 위해 최 회장은 주례를 맡았던 결혼식 자료를 찾아 주례사진과 신랑'신부 연락처를 정리하는 중이다.
최 회장은 국내 유명 호텔의 전문 주례인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때는 국영기업체 50여 곳이 모두 그를 전속 주례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그의 하루 최다 주례 기록은 8회다. 그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면서 "유도 10단, 태권도와 합기도가 각각 5단인 강철 체력이 없었다면 소화해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전문주례인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의외로 평범했다. 정년퇴직 후 전문 주례인인 지인의 소개로 주례를 맡게 됐다. 전문주례인의 길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 기네스 기록이 있는지도, 또 자신이 기네스기록에 도전하게 될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식의 중요성과 젊은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는 결혼의 의미를 주례사를 통해 강조하면서 주례가 점점 그의 인생에 중요하게 다가온 것이다.
자신만의 주례 철학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주례사는 가능한 한 간결하면서도 강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시집을 자주 읽는다. 짧으면서도 독자들의 감흥을 주는 시는 주례사의 궁극의 목표다. 최 회장이 제시하는 주례인의 조건도 까다롭다. "외모가 가장 중요한데 대머리는 안 되고, 키는 170㎝ 이상이어야 하며 친근감 있는 인상을 주는 55~65세가량이 적당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주례로는 신부 어머니가 쓰러져 온통 눈물바다가 됐던 한 결혼식을 떠올렸다. 폐암 말기인 신부의 어머니가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고통을 이기지 못해 식장에서 쓰러졌고 이를 지켜보던 신부와 신랑, 하객들이 한꺼번에 통곡을 하는 바람에 그도 주례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3천여 회가 넘는 주례를 맡았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온 부부가 고맙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은 처음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참 냉정합니다. 아무리 사례를 주고 하는 주례지만 결혼식 이후 고맙다며 인사를 한 부부가 단 한 건에 불과하니까요. 좀 더 세상을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최 회장의 향후 계획은 기네스 도전 이외에도 1천 회 이상 무료로 주례를 보는 일이다. 지금까지 주례비로 10만~5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았으나 지금부터는 무료로 주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의 예비부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데다 무료 주례로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서 자식을 많이 낳아 애국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결혼의 중요성과 서약을 진행함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도움이 되도록 상담과 더불어 무료로 주례를 봐 드리고자 합니다. 필요하신 분이 있으면 제 핸드폰 011-709-9343번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성실하게 도와 드리겠습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최 회장은 풍서초교를 졸업한 뒤 대구로 이사와 계성중'고를 졸업했다. 계명대 농업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퇴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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