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행복 버스 오늘도 고고씽" 18년 경력 여성 버스기사 이순이 씨

이달 20일 이순이 기사가 623번 버스를 운행하던 중 신평리 네거리 부근에 정차해 있다.
이달 20일 이순이 기사가 623번 버스를 운행하던 중 신평리 네거리 부근에 정차해 있다.

"아버지의 반대로 집에서 쫓겨나면서도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이 23세 때였어요. 운전면허를 딴 후 면허 취득 후 택시회사에 입사해 8년을 다녔어요."

결혼해 3남매를 낳고 전업주부로 7년을 보내던 이순이(55'달서구 성당동) 씨. 경상버스에 입사한 지 올해로 18년째다. 현재 대구 버스 기사 4천여 명 중 여성운전기사는 15명이다. 그 중 베테랑에 속하는 이 씨는 회사에서도 홍일점이다.

623번 버스를 운행하는 그는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꼽으며 시민 서비스를 위해서는 회사에 차량 장비와 정비 개선을 요구하는 등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랜 운전 경력에 무사고를 자랑하는 '성실 기사'이기도 하다. 이 씨가 운전대를 잡으면 승객들은 먼저 여성 기사임에 놀라고 섬세하고 안정된 운행에 한 번 더 놀란다. 이 씨는 승객들에게 친절하려고 애쓴다. 음성으로 인사를 건네다 목이 아파 목례로 대신하지만 때때로 차 안의 승객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거나 작은 먹을거리를 나눠 주는 여성적인 센스도 있다. 이 씨의 차를 자주 이용하는 승객 중에는 간식을 챙겨주는 이들도 있고 계속 함께 가고 싶은데 내려야 한다면서 농담 섞인 아쉬움을 건네는 이도 있다. 이 씨는 승객들의 반응이 고맙고 즐겁다. "가끔 제 모습을 보고 부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보람되고 힘이 나요."

어려움도 있다. 정류장이 아닌 곳에 세워 달라거나 만취한 승객의 거친 행동과 큰소리치는 승객을 대할 때면 힘이 든다.

"승객들과 부딪히기보다 웃는 얼굴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합니다. 서비스업인데 승객과 싸워서 좋을 게 없잖아요." 가끔 요금을 안 내려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승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씨는 "학생들에게만큼은 사람들 앞에서 행여 상처를 받을까봐 조용히 불러서 타일러요. 요금을 받지 않으면 시민들의 세금으로 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결국 시민들에게도 손해잖아요." 그녀는 바깥일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충실하다. 늦은 시각, 무거운 몸을 이끌고 퇴근해도 가족의 식사를 꼭 챙긴다. 가족들은 안팎으로 최선을 다하는 이 씨를 걱정해 그만두라고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가족은 스스로 집안일을 찾아 하며 이 씨를 돕고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챙겨주는 가족이 있어 더없이 고맙고 행복하다.

이 씨는 자신을 위해서는 흔한 액세서리나 옷 하나 살 줄 모르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나누고 베푸는 일을 즐기는 속 깊은 사람이다. 이 씨에게는 버스와 관련된 사연이 하나 있다. 결혼 초였다. 만삭의 몸으로 시집 식구들과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차 안에서 첫째 딸을 출산했다. 당시 버스회사에서 축하하면서 아기 옷과 기저귀, 미역 등을 선물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 근무하는 회사였던 것. 이 씨는 "자녀를 키워놓은 40대 여성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며 주관이 뚜렷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윗사람 눈치 볼 일 없는 괜찮은 직업"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즐겁고 당당하게 정년까지 일할 것"이라는 이 씨는 퇴직 후에는 공기 맑은 곳에 황토집을 지어 살면서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그림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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