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축제가 또 말썽이다. 축제가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용으로 전락하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개최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최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는 올해 20회째로 명실상부한 세계 태권도인의 축제다. 그러나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엉망이 됐다. 참석 예정이던 VIP가 거의 불참했고, 20여 개 국가의 국기가 실제와 다르게 게양돼 국제적인 창피를 당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문경 찻사발 축제도 마찬가지다. 축제 기간과 방송사의 사극 촬영이 맞물리면서 축제장이 난장판이 됐다. 축제를 위한 일부 부스는 아예 설치도 못 했고, 관람객은 방송사의 통제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녀야 했다. 아무리 홍보 효과가 있다지만, 문경시는 수십억 원을 들여 지은 세트장을 무료로 빌려주면서도 촬영 일정에 밀려 스스로 축제를 망치고 만 것이다.
이렇게 형편없는 축제를 위해 지자체는 연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세금을 쓴다. 전국적으로는 조 단위에 이른다. 재정자립도가 20~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가 많은데도 축제 개최 열기는 도무지 식지를 않는다.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이 하려고 결심하면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선될 여지도 거의 없는 셈이다.
이를 막으려면 지역 사회단체나 주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철저하게 감시하고, 검증해 더 이상의 세금 낭비를 없애야 한다. 또 자치단체도 자성해야 한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르거나, 다른 곳과 차별성이 없는 축제는 과감하게 없애거나 방향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또 축제가 실질적인 지역 발전과 연계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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