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제도와 문화, 공동의 이익 마련한 스웨덴 리더십 소개
"10세기에 프랑스의 어느 강을 항해하던 한 무리의 덴마크 바이킹에게, 전령이 '그대들의 주인은 누구인가?'라고 묻자 바이킹들은 '없다.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물론 1천 년 전의 바이킹 전통에서 오늘날 스웨덴 민주주의를 그대로 연역해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중세와 근대에 지독한 폭정과 억압이 없었다는 사실과 바이킹의 평등주의적 문화가 20세기 스웨덴 민주주의의 형성에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추정할 수는 있다."
신필균의 '복지국가 스웨덴'을 읽었다. 스웨덴에서 긴 유학생활을 한 저자는 스웨덴의 사회제도와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고 꼼꼼히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웨덴은 20세기 초 유럽 대륙을 휩쓴 혁명적 사회주의와 명확히 구분되는, 비폭력적이고 합의를 존중하는 실용적인 사회주의 노선을 발전시킨 나라이다. 그 결과, 스웨덴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그들의 꿈과 기회를 뒷받침해 주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였다. 오늘날 스웨덴은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과 함께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군에 속한다.
스웨덴을 이끈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지향한 이념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스웨덴만의 독특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일까? 스웨덴 사민당의 걸출한 지도자였던 페르 알빈 한손은 일찍이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이념을 '국민의 집 건설'로 선포했다.
'국민의 집' 사상은 사민당의 이념이자 스웨덴식 중도 노선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스웨덴식 사민주의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대표 개념이다. 브란팅과 한손, 에르란데르, 팔메로 이어지는 60년 남짓 동안 사민당의 지도부가 한결같이 공유하고 실천했던 스웨덴 사민당의 정치철학이기도 하다.
그러면 '국민의 집' 사상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롭게 출현할 사회민주주의 국가는 가족 간의 자연스러운 연대와 본능적인 상호부조가 이루어지는 집과 같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계급투쟁이나 사유재산 폐지가 아니라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민의 집을 함께 건설하자는 연대성 강조는 비사회주의 정당이나 농민, 중산계층들과의 정치적 대화와 협조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하여 빈곤층과 노동계급만을 위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전 국민을 아우르는 포괄적이며 보편주의적인 복지제도를 마련해 스웨덴 특유의 복지국가 모델을 이룰 수 있었다.
호주 출신 기자인 알렉산더는 사회구조적으로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어느 특정 계층이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방지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는 힘이 스웨덴의 감춰진 리더십이라고 설명한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 스웨덴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이다.
스웨덴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발의된 정책은 시험을 거듭하고 나서야 확정되며, 그 이후에도 개혁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공들여 형성하고 합의를 이끄는 등 모든 것이 거북이걸음으로 완성된다. 중대한 사회정책일수록 법적 효력을 도출하기 위해 걸린 합의 기간은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10년을 넘긴 경우가 많다. 1994년부터 2001년에 걸쳐 진행된 연금 개혁이 가장 가까운 예다.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이기도 한 스웨덴에는 모든 직장에 커피 타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시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어릴 때부터 훈련된 토론문화가 사회전체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책을 많이 읽고 도서관이 발전된 나라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외교에서도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20세기에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휩쓸리지 않은 것이다. 스웨덴의 중립성은 이후 제3세계에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 중재자 역할에 적합해 중동과 아프리카, 분단국인 한국에서 평화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스웨덴식 사회발전 모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스웨덴을 읽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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