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이 다큐 인물 사진에도 휴머니티 담자"…사진작가 조세현

다큐 사진작가를 원했지만 돈때문에 주부생활 취업한 이 남자의 20여년 전

지역 출신의 스타 사진작가인 조세현 씨가 12일 동아백화점 갤러리에서 열린 입양아들을 돕기 위한 사진전에 참석해 포즈를 취했다. 군인이 총을 들고 다니듯 그의 손에는 작은 카메라가 있다. 특강에 열중하고 있는 조세현 사진작가. 뒤에 그가 찍은 이병헌과 입양아가 함께한 사진이 눈에 쏙 들어온다.
지역 출신의 스타 사진작가인 조세현 씨가 12일 동아백화점 갤러리에서 열린 입양아들을 돕기 위한 사진전에 참석해 포즈를 취했다. 군인이 총을 들고 다니듯 그의 손에는 작은 카메라가 있다. 특강에 열중하고 있는 조세현 사진작가. 뒤에 그가 찍은 이병헌과 입양아가 함께한 사진이 눈에 쏙 들어온다.

'아하! 고령 사람이구나! 스타 사진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구나!'

인터뷰가 좋다. 한 인물에 대해 대중보다는 좀 더 깊이 알 수 있기 때문. 아니면 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충분하다.

이번에 인터뷰이(Interveiwee) 대상인 조세현(1958년생) 사진작가가 위의 2가지 측면에서 그랬다. 조세현 작가가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대구 삼덕초교를 졸업하고 대륜중학교를 다니다 상경, 이후 중앙대 사진학과 77학번으로 입학했다는 것을 아마도 잘 모르는 지역민들이 많을 것 같다. 인터뷰 중 고향에 대한 애정어린 말과 향후 계획도 툭툭 나왔다.

누굴 만나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편견이나 선입견은 깨지게 마련이란 사실을 여실하게 깨닫게 된다. 조세현 작가가 스타 의식이 강하고, 스타를 이용한 상업성이 짙은 작가일 거라는 생각이 흔들렸다. 분명 조 작가는 스타를 찍어서 유명해진 작가가 분명했지만, 지금은 스타들이 그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타를 잘 찍어서 얻은 유명세를 토대로 지금은 마이너리티(장애인·다문화가정·입양아·오지 사람 등 소수 계층)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입양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10년간 하기로 마음먹고 8년째 하고 있으며, 그후 10년도 계획하고 있다. 20년의 작업에 쏟는 노력에 대해 진정성을 논하기는 사실 묻는 기자의 입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가 8년째 하고 있는 천사들의 편지 '조세현의 사랑의 사진전'을 위해 대구에 온 그를 1시간가량 만날 수 있었다. 지역 출신으로 대구를 찾은 그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내년에 고령 대가야 축제도 가고파!'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기분을 충분히 냈다. 조 작가는 지역 사람들이 가득 모인 특강에서 자신이 고령 출신이고 대구에서 초'중학교를 다녔음을 먼저 주지시키고 앞으로 지역을 자주 찾겠다고 다짐했다. 조 작가의 사진전이 대한사회복지회'대구혜림원 주관으로 동아백화점 쇼핑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데 조 작가가 작품과 관련된 특강을 위해 대구로 온 것이다.

먼저 정겨운 대구 음식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제가 따로국밥을 아주 좋아해 서울에서도 수성동(광화문 앞 교보문고 뒤편)에 있는 대구식 따로국밥집에 자주 갑니다. 이번에 찜갈비가 대구 대표음식에 뽑혔단 얘기도 들었습니다. 찜갈비도 참 맛있죠. 저녁에 막창에 소주 한잔도 좋지요."

기분좋은 얘기도 해줬다. "내년에 고령군 대가야 축제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고향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는 기회를 가지고 싶습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일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함께할 생각입니다."

이 정도면 지역 출신으로 전국적인 스타 사진작가가 된 그의 애정지수에 불합격 점수를 매기지는 못할 것 같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꼭 하는 기질이라 믿을만하다.

◆'스타 사진작가로서의 길, 우연적 필연'

조세현 작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우연같지만 필연적 운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계신 부모인 조규용'배월선 씨 사이에서 2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법대를 가기를 원했던 집안 바람을 무참히 짓밟고(?) 자신이 하고픈 사진 전공을 선택했다. 당시 어머니가 앓아누울 정도로 집안 분위기가 심각했지만 지금은 사진작가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지난해 이혜인 사진문화상, 올해 대통령상까지 받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사진작가인 맏아들이 자랑스럽다. 물론 상 때문은 아니다.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아들의 모습이 뿌듯하기 때문.

오늘날의 조세현이 있기까지 삶의 필연적 운명은 이랬다. 대학 시절 그는 사진 중에서도 다큐멘터리 전공이었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 했던 직장은 잡지사인'주부생활'. 하지만 운명은 그가 인물사진에서 다큐멘터리적 기질을 찾도록 만들었다. 물론 스타나 모델들 사진, 패션 사진 그리고 하고픈 다큐멘터리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사진을 찍었지만 유달리 그는 인물 속에 담겨있는 휴머니티 다큐멘터리를 끄집어내는 데 남다른 재능을 발휘했다. 그것은 톱스타를 찍는 데서도 여지없이 발휘됐고, 이후 방송이나 신문에서 스타들의 입을 통해 조세현이라는 작가가 세상에 널리 회자되게 됐다. 이후에는 오히려 조세현과 톱스타의 관계가 역전됐다. 톱스타들이 조 작가를 찾게 되고,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요청을 했다.

8년 전 기획한 것으로 스타들과 입양아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톱스타들이 무보수로 기꺼이 동참했다. 억대 모델료의 톱스타들이 기꺼이 조 작가와 함께하기로 하고,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를 찾아와 오랜 시간 작업에 함께하는 이유는 좋은 취지에 최고의 사진을 찍을 능력을 갖고 있는 그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에서 마이너리티로 균형을 맞추다'

깜짝 놀랄 사실 하나 더. '조세현은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 그가 지난 10여 년 달려온 행보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조세현은 스타 사진작가에서 패션 사진작가 등으로 명성을 떨칠 무렵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탤런트 김혜자는 조 작가가 꼭 함께해주기를 요청했고, 그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향한 욕구와 인류애는 이 길에 동참하도록 발길을 이끌었다. 이는 마이너리티에 눈 뜨게 했다. 이후 그는 아프리카 및 아시아 빈곤국가 관련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했으며, 입양아나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소수 계층에 작가로서의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있다.

조 작가에게 이해를 구한 뒤, 기자와 가시돋친 날선 공방도 벌였다. '톱스타들에 기대 유명세를 치른 것 아닌가? 밴드왜건(Bandwagon) 효과 아시죠?'라고 묻자, "초창기 저의 유명세는 분명 톱스타들의 인기를 업은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작가 중 제가 유명세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건 제 안에 답이 있습니다. 이제 그 관계는 상생(相生)이고 공존(共存)입니다."

기자가 한발짝 더 나갔다. '톱스타와 마이너리티의 극단을 오가는 것도 결국 언론에 크게 비치려는 것이고, 유명세를 치르기 전의 초심과 진정성은 아니지 않느냐'고 공격성 짙은 질문을 하자, "'빛과 그림자'로 보면 그런 측면도 있겠지요. 그동안 스타나 패션에 치우진 작가로서의 초점을 마이너리티에 맞추고, 균형추를 맞추려고 해요. 그런데 이 노력들이 10년, 20년을 두고 해야 하는, 즉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인데 단순한 언론 플레이 쪽으로 볼 수는 없겠죠. 그리고 항상 힘들 때 다큐멘터리에 대한 열정과 초심을 생각하죠. 지금은 그 다큐멘터리가 인물(얼굴)에도 녹아있죠. 분명히."

대놓고 댓바람으로 한 가지 더 물었다. '돈 많이 벌었죠?'기자를 잠시 2초가량 보더니, "얼마나 벌 것 같아요. 사진작가는 제조업이 아니잖아요. 누가 절 대신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그저 먹고살고 작품활동 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면 다행이죠. 재테크도 영 시원찮습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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