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벨트 입지선정 공정했나] <3.끝>대전에 유리한 선정기준

G·U·D 겨냥해 '기존 연구기반' 최고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지표가 공정하고 지역 간 비교가 형평성 있게 이루어졌다면 포항이 거점지구로 선정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한국의 첨단기술을 대변하는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 경북도 제공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지표가 공정하고 지역 간 비교가 형평성 있게 이루어졌다면 포항이 거점지구로 선정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한국의 첨단기술을 대변하는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 경북도 제공

'연구원 수' '연구시설'장비 수' '벤처'이노비즈 기업 수' '국제공항 접근성' '인구 100만 명 이상 최근린 대도시와의 시간거리' '각 시'군 시간거리 합'….

이달 16일 발표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입지선정 평가지표들이다. 이 같은 지표는 대전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대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선정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해 공정성 논란에 이어 투명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북(G)'울산(U)'대구(D) 등 3개 시'도 과학벨트 범시민공동유치추진위원회는 18일 입지선정의 불공정성을 밝히기 위해 교과부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대전에 유리

교과부에 따르면 과학벨트위원회 분과인 입지선정평가위원회는 이달 11일 10개 시'군 후보지역을 대상으로 평가점수를 매겨 5개 후보지역을 선정했다. 이어 16일 최종 입지로 대전을 선정했다. 교과부는 공정한 잣대로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고려에 의한 '사전 확정설'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대전, 부산, 대구, 광주, 청원, 구미, 천안, 포항, 창원, 울산 등 10개 후보지역을 대상으로 정성평가가 진행됐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주된 평가요소였다.

하지만 5개 평가항목 중 '연구기반 구축'집적도'에 가중치가 37.12%로 가장 높게 배정됐다. 연구기반 구축 가중치를 고려할 때 어차피 대전이 선정될 수밖에 없었다.

세부평가지표에서도 연구원 수와 연구장비, 연구시설 수 등을 단순 비교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전시의 연구원 수와 기초자치단체인 포항시의 연구원 수를 인구당으로 나누지 않고 단순비교하면 결과는 대전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연구원 수와 연구시설 장비 등 양적인 면에서 대전이 우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많은 정부 출연기관이 있는데다 대덕특구에 정부 예산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연구비와 연구인력, 연구장비 등 연구기반도 기초과학분야와 응용연구로 나누어서 평가하지 않고 단순히 양적인 수로만 평가한 것은 기초과학 육성을 목표로 하는 과학벨트 조성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서울대와 KAIST, 포스텍을 모두 실사하고 공동연구 파트너로 포스텍을 최종 선택한 것은 포스텍의 연구역량과 연구환경을 더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방은 배제

평가방식에서 광역자치단체인 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인 일반 시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평가한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선정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입지평가는 권역별 단위로 평가해 주변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국제공항 접근성과 전국 시'군 간의 거리, 대도시 접근성 등 불합리한 평가지표도 많았다.

국제공항 접근성의 경우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인천공항과의 거리를 고려하는 것은 평가지표로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준이 아닌 국제 기준에 따라 해외 과학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북, 대구, 울산은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정주환경과 관련, 프랑스와 독일 등 외국의 경우 해안 인접지역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에 과학도시가 조성됐다. 하지만 과학자 창의성 증진을 위한 문화'휴양 등 연구환경 지표로 휴양'레포츠 시설이나 역사유적, 국가지정 문화재 등이 반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3개 시'도는 입지선정 전 과학자들이 정주하면서 최고의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과학적'합리적 지표가 부족하기 때문에 입지평가지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북, 대구, 울산은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5개 중 3개가 있고 세계 유일 3대 가속기 클러스터가 구축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또 과학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정주환경인데 역사문화도시 경주와 공연예술도시로 발전하는 대구가 있다. 청정 동해안이 있어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지만 묵살당한 꼴이 됐다.

윤칠석 3개 시'도 범시민공동유치추진위원회 위원은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데 이어 과학벨트가 정치적으로 입지선정이 이뤄져 실망했다"면서 "경북, 대구, 울산이 과학벨트 최적지임에도 거점지구로 지정되지 못해 지역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