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방송되는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세간의 화제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 '나가수'다. 인터넷에는 '나가수' 이야기가 흘러 넘치고 있다. '나가수'는 각종 음원 차트도 휩쓸고 있다. 폭발적인 '나가수' 인기 때문에 음반 출시를 미루는 가수들도 있다. 신곡을 발표해도 '나가수' 인기에 묻혀 주목받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만큼 '나가수'를 둘러싼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핵심 코드로 떠오른 '나가수' 열풍 속을 들여다봤다.
◆각종 차트 싹쓸이
'나가수'가 남긴 각종 기록을 보면 '나가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나가수'는 인터넷포털사이트 Daum이 집계하는 주간 인기동영상 순위(1~7위)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9~15일 집계에서 1'2'3'5'7위를 차지한 데 이어 16~22일 집계에서는 6위를 제외하고 모두 '나가수' 관련 동영상이 휩쓸었다. 급기야 23~29일 집계에서는 1위부터 7위까지 싹쓸이했다.
'나가수'로 인해 음악시장 판도도 바뀌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이 평정해 왔던 온라인 음악사이트 순위를 '나가수' 음원이 석권하고 있는 것. 29일 방송 후 '멜론' '엠넷' '도시락' 등 5개 음원 차트에서는 옥주현의 '천일동안'이 1위를 차지했다. 22일 방송 후에는 '나가수' 음원이 '몽키3' 음원 차트 1~7위를 싹쓸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음원을 제작'발표해도 노출기회가 줄어든다는 음반제작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나가수' 음원을 음원 차트에서 제외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나가수' 열풍은 노래방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온차트가 발표한 노래방 인기곡 순위에 따르면 올 2월 27일~3월 5일 상위 10위 내에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의 노래는 한 곡도 실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5월 1~7일 집계에서는 임재범'김범수'BMK'윤도현 등 4명이 10위 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임재범의 '너를 위해'와 김범수의 '제발'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나가수'는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가수' 음원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로엔과 '나가수' 제작사인 imbc 등이 '나가수'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이 대주주인 로엔은 4월 이후 주가가 31% 정도 상승했다.
◆인기 비결
'나가수' 시청률은 10%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나가수'는 시청률을 뛰어넘는 화제를 낳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기 비결의 원천을 실력파 가수들에서 찾고 있다. '나가수' 출연진들의 노래 실력은 대한민국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주 다른 가수의 음악을 자기 색깔로 소화해 내는 그들의 가창력은 다양한 연령대의 팬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던 10대들이 '나가수'에 빠져들고 있다. 전지영(대구자연과학고 2년) 양은 지난달 '나가수'를 처음 시청한 뒤 열혈팬이 됐다. 전 양은 "노래보다 비주얼을 중시하는 아이돌 가수에 비해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은 노래 실력으로 무장된 사람들이다. 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는 가슴을 울리는 호소력을 갖고 있다. 아이돌 가수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음악적 깊이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나가수' 출연진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스토리도 인기몰이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나가수' 출연 가수들은 매주 주어지는 미션을 통해 음악성을 검증받고 있다. 록 가수가 발라드를 부르고 발라드 가수가 록을 소화해 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특히 암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나가수'에 출연한 임재범은 감기 증세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지만 무대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러 감동을 자아냈다. 이들의 프로정신은 스토리가 스토리를 낳듯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나가수'가 계속 전파되는 힘이 되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나가수'는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보고 나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 자기가 받은 감정을 확인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다. 일찍이 이런 예능 프로그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프로그램 형식과 리액션 편집에서 인기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 팬들은 자신이 매긴 순위와 청중평가단이 매긴 순위를 비교하며 누가 탈락할 것인가를 점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감정이입이 된다. 팬들의 감정이입은 탈락자를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충성도 높은 팬들을 양산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나인플래너스 제작본부장인 김경만 PD는 "가수들이 노래할 때 카메라는 청중평가단의 모습을 잡는다. 감동받는 청중평가단의 모습이 화면에 클로즈업되면 시청자들도 감동을 받게 된다. 이런 리액션 편집을 통해 '나가수'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사로잡는다"고 말했다.
◆제기되는 비판과 논란
'나가수'와 관련된 비판과 논란을 보면 부메랑을 연상시킨다. '나가수'의 인기 비결로 지목된 것이 비판의 대상으로 돌아왔기 때문.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비판은 자기 세계를 가진 음악인들을 경쟁 구도로 밀어넣었다는 것이다. 공연 연출가 탁현민 씨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경쟁 구도 자체에 찬성할 수 없다. 음악의 한 요소에 불과한 가창력만 두고 가수와 음악 전반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리액션 편집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5월 29일 방송에서 한 청중의 모습을 담은 화면이 발단이 됐다. BMK가 노래 부를 때 사용되었던 화면이 옥주현 무대 때 다시 한번 사용되면서 시청자 반응을 조작하기 위해 억지 편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행 방식을 바꾸는 문제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가수 김건모가 탈락 위기에 처하자 제작진은 서바이벌 규칙을 깨고 재도전 기회를 제공해 논란이 됐다. 또 5월 29일 방송에서 노래 부르는 순서를 정할 때 새로 합류한 옥주현과 JK 김동욱에게 경연에 유리한 후순위 번호를 배정해 특혜 시비가 일었다.
이에 대해 '나가수' 제작진은 지난달 31일 리액션 편집 문제는 단순 실수였으며 특혜를 위한 룰 변경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누리꾼은 시청자 의견을 통해 "제작진이 마음대로 룰을 바꾸는 것에 대중은 분명히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제작진은 대중을 프로그램에 맞추려 하지 말고 프로그램을 대중에 맞추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나가수'를 이용해 음원장사를 한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 '나가수'와 관련된 음원의 다운로드 건수는 무려 1천454만 건에 달했다. 하지만 '나가수' 음원을 통해 누가 얼마나 벌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음원업계에서는 과거 대박 난 음원들의 매출을 감안할 때 '나가수' 음원 매출은 하루 1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가수'가 새로운 음악권력을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나가수'가 귀족 가수를 양산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것. A가수는 '나가수'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CF를 찍는 수혜를 톡톡히 입었고 B가수는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를 벌이고 있다. 또 C가수는 몸값을 높이는 바람에 구설에 올랐다. '나가수' 출연 전 2천만원 정도였던 초청 공연비가 출연 후 2천800만원으로 껑충 뛴 것. 이를 두고 지역 공연업계에서는 "출발은 순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가수'가 상업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나가수' 출연진들의 몸값이 올라가면 결국 피해는 팬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나친 진정성이 문제'
'나가수'가 방송계와 음악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나가수'가 논란을 불식시키고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경대학 방송MC과 김건표 교수는 "예능 프로그램은 가벼운 것이 특징이지만 '나가수'는 무겁다. 출연진들의 무거운 진정성이 나가수를 돋보이게 만들었고 세대를 통합하는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 됐다. 하지만 진정성이 지나쳐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또 "대중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 과열 현상을 식히고 인기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조금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출연 가수들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또 가창력 하나로 순위를 매기는 평가기준도 개선되어야 하며 청중평가단을 통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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