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슈로 회자되는 2009년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은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은 대학 입시에서도 주요 전형 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학교들마다 효과적인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고심 중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생 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책쓰기 동아리를 유도하고 학생들이 쓴 글을 묶어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모두 19권의 책이 출간돼 시중 서점에 선보인다. 학생 저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저마다 "글쓰는 데 자신감이 생겼고 꿈이 구체화됐다"고 했다. 최근 책을 펴낸 경명여고와 상서여정보고 학생 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녀 작가들, 꿈을 펼치다
"우리 글이 모여 책으로 나왔다니 실감이 안 나요."
2일 경명여고 도서관 '책뜨락'에 모인 3학년 학생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들이 이리저리 살펴본 책은 자신들이 쓴 '스토리텔링으로 그린 꿈-연꿈술사'. 지난 한 해 책쓰기 동아리 '꿈반이' 3기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쓴 단편들을 엮은 것이다. 책 표지 안쪽에는 저자인 이지원'최은영'윤다혜'장재이'이다예'이나현'이은령'김소영'홍혜인 양의 사진도 함께 담겼다.
"글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그림을 잘 못 그리니까 책 속 삽화를 그릴 때도 애를 먹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후회는 없어요." 최은영 양이 쓴 글은 단편소설 '내가 만난 어린 왕자'. 글을 쓰다 잠이 들었는데, 생택쥐페리의 소설 속 주인공 어린 왕자를 만나 획일적 교육 방식 등 교육 현실을 빗댄 마을들을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은영이는 글 말미에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얘기했다. '친구가 적이 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는 그런 곳. 모두가 바라는 곳이기 때문에 어쩌면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다.'
'저스티스'(JUSTICE)를 쓴 이나현 양은 영화 '인사이더'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에서와 달리 외압에 굴복해 취재 내용을 방송하지 못하고 마는 어느 PD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가 원고를 보시더니 일류는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삼류는 아니라 하시니 다행이죠." 활짝 웃던 나현이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에게서 나를 만나다'는 연산군을 소재로 윤다혜 양이 적은 글. 당시 영의정인 윤필상의 딸이 저잣거리 구경을 나왔다가 평범한 선비로 변복한 연산군을 만나게 되고, 연산군의 심리치료를 맡게 된다는 내용이다. "연산군이 폭군이라 손가락질받지만 그의 아픔도 다뤄보고 싶었어요. 윤필상은 실제 제 조상이고 갑자사화 때 사약을 받고 돌아가시긴 하셨지만요."
가실성당(칠곡군 왜관읍)은 장재이 양이 마음이 심란할 때 찾아가는 곳이다. 재이는 '경계'라 제목 붙인 글에서 가실성당을 배경으로 삼았다. "글에선 꿈을 잃고 방황하는 소녀가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가실성당을 찾게 돼요. 여기서 한 방송국 PD의 일기장 속에 든 악보를 발견한 뒤 오르간으로 연주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그 PD를 만나는 거죠. PD는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일상을 담으려고 하는데 소녀는 PD를 도우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돼요."
시험 준비에 매달리던 명문고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행복한 꿈들의 사회'의 저자는 이다예 양. 다예는 책을 받아들곤 한껏 들떴다. "만약 서점에 이 책이 진열돼 있으면 정말 신기하겠죠?"
하지만 책이 완성됐다는 사실이 기쁨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나의 슬픈 보고서'를 쓴 홍혜인 양은 두려운 마음도 든다고 했다. "평소에 잘 내비치지 않았던 내 모습을 밖으로 드러낸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돼요."
성취감 못잖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각각 '서중여왕실록'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 '백설공주, 학교에 가다!'를 쓴 이지원, 이은령, 김소영 양이 그랬다. "머리에선 이야기가 맴도는데 표현력이 모자란 탓에 글로 제대로 옮기지 못한 것 같아요. 좀 더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 수도 있었는데…."
경명여고 학생들은 2009년 첫 책인 '13+1', 2010년 '꾸물꾸물'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책을 냈다. 경명여고 책쓰기 동아리를 지도하는 한준희 교사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인데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애를 쓴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더욱 반갑다"며 "당초에는 진로를 제대로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인데 입학사정관 전형 확대 등 대입 제도가 변하면서 자연스레 진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책쓰기, 꿈을 찾는 지름길
대구시교육청은 책쓰기 운동 확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과정운영과 한원경 장학관은 "2008년 '아침 독서 10분 운동'과 '삶쓰기 100자 운동'을 통합해 '학생 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교육'을 시작했다"며 "관련 동아리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선 각급 학교에 595개 동아리가 만들어져 학생 1만2천여 명이 책쓰기 활동에 참가 중이다. 올해는 시교육청 지원으로 7월까지 모두 19권의 책이 나올 예정이다. 상서여정보고는 지난해 5월 시교육청의 지원 아래 책쓰기 동아리 '넓게 보자, World wide'를 만들면서 책을 펴내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책은 '예스, 쉐프'(Yes, Chef~). 3학년인 정수연'김도희 양 등 상서여정보고 호텔조리과의 학생 12명이 펴냈다. 이미남'김선화'백경희 교사의 도움을 얻어 음식을 만드는 과정, 음식에 대한 정보 등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수연이가 쓴 글은 '드림즈 컴 트루'(Dreams Come True). 지난해 열린 '제7회 특성화고교생 사장 되기(Be the CEOs) 창업대회에서 최고상인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기까지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았다. 오븐에 전을 구운 뒤 '오뿐전'이라 이름을 붙이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까지 연결짓겠다는 거창한 포부가 눈길을 끈다.
"지식과 정보를 모아도 내것으로 만들어 표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동안 쉽게 지나쳤던 책마다 저자들의 숨은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깨닫게 됐죠. 창업 전문가가 아니라 학생 입장에서 쓴 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빵빵한 도희의 빵 만들기'는 도희의 작품이다. 알록달록 칠한 실습보고서와 함께 갖가지 빵 만드는 법과 느낌을 적었다. 완성된 책을 본 도희는 미흡한 점이 많다며 쑥스러워했다. "내용이 부족한 데다 이야기로 풀어내지 못하고 딱딱하게 써버린 것이 아쉬워요. 다음엔 소소한 학교생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볼래요. 한번 경험이 쌓였으니 좀 더 잘할 수 있겠죠?"
이 책은 학생들의 경험과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한식 세계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은 것.
이미남 지도교사는 "주제별 글쓰기로 사전 연습을 한 뒤 본격적으로 책쓰기에 들어갔지만 다양한 느낌과 줄거리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는 더 알찬 책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대구시교육청 출판비 지원 대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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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ㅣ 책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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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초교 ㅣ 황소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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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초교 ㅣ 별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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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초교 ㅣ 꿈꾸는 우리, 책쓰기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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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곡초교 ㅣ 행복한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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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포초교 ㅣ 난 누구인가요 등 6권 합본
북부초교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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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서중 ㅣ 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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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중 ㅣ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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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중 ㅣ PM 1:00 꿈을 적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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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리중 ㅣ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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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중 ㅣ 소소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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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고 ㅣ 생각이 자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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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여고 ㅣ 18세 대한민국 여고생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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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고 ㅣ 파라나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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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명여고 ㅣ 연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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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고 ㅣ 씨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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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여정보고 ㅣ Yes, 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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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여고 ㅣ 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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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고 ㅣ 창 밖에 빗방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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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고 ㅣ 꿈의 토핑 한 조각, 희망소스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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