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봉농가의 눈물… 전염병·이상기후로 꿀 채취량 급감

사진=전염병과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꿀 채취량은 급감한 반면 사료값은 크게 올라 양봉농가들이 울상이다. 안동시 예안면 주진리에서 한 양봉농민이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권오석기자
사진=전염병과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꿀 채취량은 급감한 반면 사료값은 크게 올라 양봉농가들이 울상이다. 안동시 예안면 주진리에서 한 양봉농민이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권오석기자

3일 오후 안동시 예안면 주진리 권영배(38) 씨의 양봉장. 권씨가 벌통 50군(1군=벌 2만~3만 마리)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권 씨는 "보통 1군에 꿀 1말(20ℓ) 정도를 채취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채취량이 평균 10ℓ에 불과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염병과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꿀 채취량은 급감한 반면 사료(화분)값은 크게 올라 꿀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지역 양봉농가들에 따르면 일부 지역 벌꿀 생산량은 다소 늘었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평년에 비해 30~40% 감소했다. 양봉농가들은 사료값이 지난해에 비해 40% 정도 올라 해를 거듭할수록 손해가 커진다고 울상짓고 있다.

영덕을 비롯해 청도, 영천, 안동 등에서는 평년수준에 근접한 생산량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흉작이다. 양봉 사육농인 이경만(43'상주시 동문동) 씨는 "1군에 20ℓ 정도 꿀이 나와야 하지만 올해 역시 15ℓ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성태(69'대구시 서구 평리동) 씨도 "꿀 생산량이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나 풍년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평균 생산량의 절반 정도 수준"이라면서 "벌 사료 1㎏ 가격이 작년 3천800원에서 올해 6천300원으로 올라 힘들다"고 전했다.

토종벌을 키우는 토봉 농가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으로 꿀 생산은커녕 종(種) 보전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2천376농가의 2만9천849군 중 976농가의 1만591군에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했다. 포항의 경우 3천294군 중 79%인 2천609군이 피해를 당했으며, 현재 10여 군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한국토봉협회 지성구 경북지회장은 "지난해 사육장에 120군이 있었는데 지금은 1군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며 "1군에 1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60만원이 넘고 그나마도 들여오면 금방 죽어버려 토종벌의 대가 끊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토종벌 산업을 안정화하고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토종벌 종 보전 및 육종 보급사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예천곤충연구소 권천락 지도사는 "당초 200군을 사들여 400군을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종자벌을 구하기 힘들어 94군을 사들였고 현재는 그나마 160여 군까지 늘렸다"며 "종을 보존해도 치료방법이 없는 탓에 계속 죽어 더 사오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경북도 김상철 축산경영과장은 "낭충봉아부패병의 치료방법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보존연구와 농가지원 등 토종벌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면서 "토종꿀의 경쟁력을 위해 유통과 가공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영덕'박진홍기자

예천'권오석기자

서광호기자

◆낭충봉아부패병=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국내에서는 토종벌 괴질이라고도 한다.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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