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땀 한 땀' 바느질 전문가 봉제사를 모셔라

섬유업계 활황 맞았지만 불황 10년간 봉제사 끊겨

지역 섬유업계가 봉제기술자 부족으로 고민에 빠졌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봉제기술자 양성을 위해 취업지원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역 섬유업계가 봉제기술자 부족으로 고민에 빠졌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봉제기술자 양성을 위해 취업지원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에서 의류용 섬유 원단을 생산하는 경영텍스는 수년 전부터 마케팅 일환으로 직접 의상을 만들어 납품 업체에 선보이고 있다.

납품업체들뿐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샘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최근 완제품을 만들어 공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고민에 빠졌다. 의류 완성에서 가장 기본인 '봉제'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명규 대표는 "공장을 건립해 직접 봉제라인을 운영할까 고려 중이지만 이 역시 봉제사가 없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활하고 있는 대구 섬유업계가 '봉제사 부족'으로 고민에 빠졌다.

10여 년 만에 섬유산업이 살아나면서 단순 원단제조에서 벗어나 완제품에 도전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지만 지역에 봉제 인력이 부족해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골프웨어와 아웃도어용 의류 브랜드 '발렌키'를 만드는 평화산업의 경우 매출이 늘고 있지만 정작 봉제사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김시영 대표는 "기본적인 의류 봉제는 중국과 동남아 쪽에서 하면 되지만 복잡한 봉제는 아무래도 국내 기술이 필요하다"며 "지역에 젊고 참신한 봉제사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가 아니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섬유패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지역 봉제업체는 370여 개로 섬유산업이 급성장하던 1980년대 후반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00년을 전후해 국내 섬유산업과 봉제업이 붕괴하면서 직원들이 빠져나간데다 젊은층의 신규 유입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결국 봉제사 숫자는 줄고 평균연령이 높아졌다.

연구원 관계자는 "한때 5천 명을 넘던 봉제사가 3천여 명으로 줄고 평균연령도 55세로 고령화 추세에 있다"며 "하루빨리 젊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봉제사 확보를 위해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고용노동부와 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6월부터 봉제 실무교육을 하고 있다. 11월까지 6개월간의 교육이 끝나면 지역 봉제업체로 취업도 알선할 계획이지만 업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는 "완제품 라인을 가동하려면 10명 이상의 봉제사가 필요하다"며 "늘어나는 주문을 맞추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서 주문을 못 받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차선책으로 업체들은 자동화 장비를 구입해 고령화된 봉제사를 대신하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러한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달부터 '봉제현장 애로기술 지도사업'을 실시했다. 연구원 측은 "지역 봉제 기술자가 적은 상황에서 노후 장비를 수리하고 최신 기술을 알려주는 등 현장 애로점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것에도 한계가 있어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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