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美 외교 접촉 반복적 취소…트럼프의 의도적 밀어내기?

아시아 주요국과는 줄줄이 타결…노골화되는 '코리아 패싱'
이재명-트럼프 접촉 잇단 무산…협상력보다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

한미 간
한미 간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과 예정됐던 25일 '2+2협상'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과 잇따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반면, 한국은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외교적 배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잇단 외교 채널이 무산되면서 미국이 한국과의 협상 자체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가지도 못해

상황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미 관세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사실상 지연 전략을 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측과의 통상 신뢰와 협상 주도권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외교 공백은 이어졌다.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추진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됐다. 이어 같은 달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두 정상 간 직접적인 접촉 기회는 연이어 사라졌다.

미국 국무부와의 고위급 외교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앤서니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7월 8~9일 방한 일정으로 한국 정부와 일정을 조율했지만, 미국 측은 불과 방한 닷새 전 '현지 정세'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같은 시기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일본 방문이 확정되면서 한국 경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마저도 막판 모두 취소됐다.

가장 큰 타격은 25일 예정됐던 한미 간 '2+2 통상 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협상 직전인 24일 "미 재무장관의 일정 변경으로 협상이 연기됐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안팍에서는 "사실상 미국이 협상 일정을 거부한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해당 협상은 상호관세율 조정을 위한 마지막 창구로 평가받던 자리였다.

특히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상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준비하다 갑작스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미국이 회담을 미루면서 차기 회담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에서 외교가에서는 상당한 '결례'로 보고 있다.

◆일부러 피하는 '코리안 패싱'

이 같은 일정 연쇄 무산은 단순한 스케줄 조정이 아닌, 미국이 전략적으로 한국과의 외교 및 통상 협의를 뒤로 미루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상에서 대규모 투자와 전략물자 구매 등을 직접 챙긴 것과 달리, 한국에는 아무런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 무산은 물론 주한 미국대사 공석이 길어지는 부분을 언급하며 "이 시점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외교 접촉을 반복적으로 취소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중국을 외교 우선 순위로 놓고 있고, 한국은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미국이 한국을 대등한 교역 파트너가 아닌, 후순위 동맹 혹은 전략적 활용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 전략의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8월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 시한이 임박한 만큼, 정부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다면 외교적 고립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