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개방 없으면 관세 인하 없다"…압박 거세지는 한국

자동차·철강 지키려면 농업 양보 카드 필요…"호주도 열었다"

25일 예정된 한미(韓美) 통상협의가 무산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개방에 대해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연합뉴스
25일 예정된 한미(韓美) 통상협의가 무산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개방에 대해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연합뉴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시장 개방'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 등이 일부 자국 시장을 개방하면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전략을 한국도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에만 관세를 내리고,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기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쌀·소고기 등 시장 개방을 두고 미국의 압박이 거센 것으로 알려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각국의 비관세 장벽 철폐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의 양보를 압박하는 내용인 만큼 아직 미국과 합의를 매듭짓지 않은 한국에도 해당된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양보 리스트에는 쌀·소고기 외에도 치즈, 감자, 과일류 등 고율 관세가 부과돼 있는 다수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 특히 미국 농업계는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이른 시일 내에 대(對)한국 농산물 수출 확대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고기의 경우 호주가 관세 협상을 위해 28일부터 미국산 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이 '광우병'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할 명분도 사라지고 있다. 호주는 2003년 광우병(BSE) 우려를 이유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가, 2019년부터 '미국 내 출생·사육·도축' 조건을 붙여 제한적 수입을 재개한 바 있다.

호주 파이낸셜리뷰(AFR)는 "호주가 소고기 시장을 열고, 그 대가로 철강·알루미늄·의약품에 대한 관세 완화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한국이 '농업만 고집하다가 전체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철강·배터리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통상 전문가는 "정부는 산업 전반의 구조를 고려한 실용적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국익 전체 관점에서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의 개방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 등 다각도로 분석해 협상 테이블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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