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원순 아들 "원격 증인신문 받을래" 재판 또 정지

박주신 고려대 교수. 고려대학교.
박주신 고려대 교수. 고려대학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 관련 명예훼손 재판이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판이 또 다시 멈춰섰다. 법원이 박 씨더러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영상으로 증인신문을 받아도 된다'고 허락하자 피고인 측이 반발하고 나서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4년 지방선거 때 박 씨에게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오 박사 등 7인 측은 서울고등법원의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에 대한 항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양 박사 측은 지난달 16일 서울고법을 상대로 재판부 기피신청도 제기한 바 있는데 서울고법은 지난 15일 이를 기각했다.

양 박사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한 이유는 박 씨에 대한 '편의 봐주기'와 '과도한 재판부의 요구' 때문이었다. 박 씨는 지난 4월 서울고법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양 박사 측이 없는 상태에서만 진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변보호요청서를 제출해 실제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비대면 방식인 '영상 재판'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에 양 박사 측은 "영상 증언은 반대 측의 신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법원에 따르면 영상 재판은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거나 건강 상태가 안 좋을 때,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때 이뤄진다. 박 씨는 올초 귀국해 고려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양 박사 측은 "피고인 중에는 핵의학 전문의와 치과의사가 포함되어 있다. 박 씨의 신체 상태나 과거 제출된 MRI 영상의 진위 여부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며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영상으로는 박 씨의 신체 상태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없어 실질적인 반대신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박 씨는 재판 과정에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실질적인 증인신문이나 신체검증을 받은 적 없다.

양 박사 측은 지난달 공판 직전 재판부에 "영상 재판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상 증언은 적법한 절차이며 재판의 불공정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사유가 없다"며 양 박사 측 이의를 묵살했다.

양 박사 측은 도저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앞서 재판부의 과도한 요구를 받은 때부터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느껴서다. 재판부는 앞선 5월23일 검사와 피고인 양측에 증인신문사항을 '사전 제출'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 미리 재판부에 내라는 것이었다. 양 박사 측은 이에 이의 신청을 했고 법원은 아직 답을 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 증인신문은 꽃이다. 증인신문기일에 신문하기 직전 즉석 제출하는 게 원칙"이라며 "서울에서 멀쩡히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게 영상재판을 허가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반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라고 했다.

박 씨는 매일신문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고려대 측은 "교수 연구실에 전화기를 두냐 안 두냐는 교수 선택 사항인데 박주신 교수 연구실에는 전화기가 없다. 통화가 불가하다"고 했다.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가운데 연구실에 전화기가 없는 건 박 씨가 유일하다.

박 씨를 둘러싼 '병역 비리 의혹'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씨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직후 병무청에 제출된 MRI 영상이 박 씨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은 확산됐지만 이듬해 박 씨가 영국 등지로 오랜 유학을 떠나 신체검증이나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박 씨는 2020년 7월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귀국한 바 있지만 증인신문과 신체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씨가 출석을 거부해서였다. 법원은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증인 신문 소환에 박 씨가 응하지 않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다 올 초 박 씨가 고려대 공과대학 건축학과 조교수로 임용돼 급물살을 탔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이 논란은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박 전 시장은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양 박사 등 7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2016년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 유죄를 선고했다. 양 박사 측은 곧바로 판결에 불복해 2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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