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4시쯤 중국 청두를 출발해 인천으로 오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인천시 교동도의 해병 초병들로부터 K2 소총으로 99발의 경고 사격을 받았다. 해병 초병들이 민항기를 식별하지 못하고 항로를 이탈한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발생한 초유의 일이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세워진 '선 조치 후 보고' 원칙에 따라 이뤄진 대응이었지만 일어나선 안 될 잘못이었다.
해당 항로는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미국 동부에서 오는 항공기가 이용하는 항로로 군 사격을 받은 아시아나 여객기는 항로를 이탈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남북 경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국내외 여행객들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항공 안전 신뢰도도 타격을 받게 됐다.
그런데도 군은 사건 진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후에 항로 이탈은 없었으며 초병들이 오인한 돌발 상황이었다는 입장만 밝혔다.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물쩍 무마해 넘기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잘못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사후 조치마저 소홀하다면 항공 안전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경고 사격 이후 민항기로 확인될 때까지 25분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국방 관련 급변 사태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나 그처럼 시간이 걸린 것은 아직도 안이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한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항공기 식별 교육과 체계 강화, 민간 항공 관제소와의 정보 공유 및 대응 체계 점검 등 종합적인 개선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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