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제와 공영제의 장점을 살렸다는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갈수록 장'단점이 뒤바뀌고 있다. 공영제의 단점인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민영제의 장점인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대구시는 경영효율화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불합리한 노선 조정도 손을 못 대면서 재정지원금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라지는 준공영제 장점
28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 버스정류장. 649번 버스가 정류장 앞에 들어선 지 3분도 지나지 않아 비슷한 노선의 609번 버스가 왔다. 노선이 거의 비슷한 버스가 10여 분간 6대가 도착했다. 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에서 중구 봉산육거리까지 도시철도 2호선과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는 309번, 449번 등 9개나 된다.
달서구 월배로 인근도 마찬가지. 도시철도 1호선 상인역~서부정류장 구간을 달리는 시내버스 노선은 600번, 650번, 618번 등 5개다. 북구 팔달교~태전교 구간을 달리는 노선도 급행3번, 427번, 527번, 704번, 708번 등 9개에 이른다. 이 노선은 도시철도 3호선과 모두 중복된다.
그러나 대구시는 노선 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시내버스 노선은 2006년 준공영제 도입과 함께 전면 개편됐다. 장거리 노선과 굴곡'중복 노선을 줄였지만 그동안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이리저리 뒤엉켰다. 도시철도 2호선 개통과 함께 확 줄이겠다던 달구벌대로의 버스 노선도 전혀 변함이 없다. 왕복 50㎞ 이상의 긴 노선도 68개나 돼 하루 운송 수입금이 버스당 36만9천원으로 부산(47만4천원)과 서울(41만2천원)보다 많이 적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노선 조정권을 확실히 잡고 중복 노선만 제대로 개편해도 시내버스 이용자를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경영을 잘하면 잘할수록 손해를 보는 '이상한' 구조다. 시는 매년 표준운송원가를 보정하면서 원가 산정 기준을 '상위 25% 업체'로 잡았다. 하지만 버스업체는 아끼면 아낀 만큼 돌아오지 않고 다음해 운송원가가 줄기 때문에 원가절감을 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이용객이 많아지면 유류비와 유지'정비비가 많이 들어 손님을 많이 태우려는 노력도 않는다. 운송원가를 버스당 일괄적으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기본이윤과 성과이윤을 합친 적정이윤 중에 기본이윤이 88%를 차지하기 때문에 버스회사에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
시에 따르면 26개 시내버스 업체 중 15개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버스회사 임원 급여와 복리후생비로 시가 지급한 금액은 24억1천300만원에 이른다. 적자 업체의 임원이 평균 9천280만원을 받아간 셈이다.
시내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임금체불 걱정이 없고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에 준공영제 이전에 부채가 아주 많았던 업체가 아니라면 사정이 괜찮다"고 털어놨다.
◆감차 필수지만 손 못 대
2014년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되면 중복 노선 등에 따른 시내버스 감차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버스업체는 감차를 꺼릴 수밖에 없다. 노선에 투입한 버스가 많을수록 지원받을 수 있는 표준운송원가도 늘어나기 때문. 작년 대구경북연구원 한근수 박사가 발표한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 성과 및 문제점'에 따르면 도시철도 3호선 개통에 따른 감차는 100~300대, 버스 기사는 250~750명을 감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버스회사가 중복노선에 대한 감차를 거부해도 대구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시와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 간 협약에 이와 관련된 조항이 없기 때문. 버스 업계는 도시철도 3호선 개통 이후 통행 패턴 변화를 따져보고 감차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내버스운송사업자조합 이상헌 이사장은 "3호선이 개통해도 승객 유인 효과를 보며 천천히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계명대 김기혁 교수(교통공학과)는 "도시철도 3호선 개통 후 감차가 불가피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미리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신규 버스기사 채용이나 노후차량의 대'폐차 과정에서 차량을 줄이는 등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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