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캠프 캐럴 미군기지 내 헬기장 구역에 금속성 매설물이 있는 것으로 한미 공동조사단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금속성 물질이 묻혀 있는지, 또 과거에 묻었던 것을 이후에 파낸 흔적인지는 직접 발굴 조사를 하지 않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헬기장 구역은 지난 5월 전직 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가 고엽제 드럼통을 묻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폭로한 곳이어서 그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지난 한 달여 간의 조사에 대해 8일 중간발표를 하면서 이번에 밝혀진 금속성 매설물 탐지 구역을 포함해 모두 40개 지점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고엽제 매립 여부를 조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왜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주장해온 발굴 조사는 또 외면한 것이다. 토양 시추 조사는 땅에 가는 관을 박아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고엽제 매몰 여부를 직접적으로 밝혀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해온 지표 투과 레이더 조사 등 지구물리탐사 방법과 마찬가지로 최종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이처럼 단계를 밟아 최대한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미군 측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의심이 가는 구역에 대해 직접 땅을 파보면 그 결과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그 어떤 논란도 일거에 불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사 방법이다. 이런 발굴 조사를 외면한 채 또 시간을 끄는 것은 고엽제 매립 등 환경오염에 대한 파장을 줄이고 책임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한미 공동조사단 조사에 대해 주민들이 과연 신뢰를 하겠는가.
과학적인 조사도 좋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짧은 시간 내 조사를 끝내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이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 더 유용한 방법이라고 본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배상할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면 이를 외면할 주민이 얼마나 되겠나. 계속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발굴 조사를 회피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한미 공동조사단이 일단 토양 시추 조사를 먼저 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니 빠른 시일 내 조사를 마무리하고 분석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과학적 조사를 빌미로 또 미적댄다면 일을 더욱 키울 수 있음을 미군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지를 신중히 생각해 결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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