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된 게 불과 얼마 전인데도 영남권 사람들의 뇌리에는 그 분노가 잊혀 가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영남권 신공항의 백지화 배경에는 경제논리가 명분으로 포장되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표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가 그 핵심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신공항 유치는 그야말로 영남의 상생이라는 절체절명의 대의가 우선되어야 했음에도 영남권의 분열로 인해 오히려 정치권에 명분을 안겨다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서로의 이해관계만을 내세운 지역 이기주의와 그에 편승하려는 세력들을 보면서 대구경북의 시도민들은 절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구경북의 통합이라는 과제는 사실 해묵은 과제다. 30년 전 대구와 경북이 분리되었을 때부터 행정 분리가 가져올 지역 발전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지만 군사정권의 일방통행을 막기에는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이 나라의 모든 정치 경제 문화 사회는 중앙으로 몰리게 되었고 수도권 중심론자들에 의해 지방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수도권을 위해 존재하는 현상을 맞게 되었다. 신공항이 백지화되는 과정은 대구경북의 통합, 더 나아가 영남권 통합이 왜 중요하며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독일의 베스트팔렌주의 바르멘 마을에는 도르프 센터라는 공동체가 존재한다. 이 센터는 대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진 지역 발전의 폐해에 대항하여 만들어진 주민들의 자발적 공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집중 현상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집중 현상에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것은 경제적 기회를 박탈당한 집단과 개인이다. 선진국이라는 독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방은 철저히 소외되고 고립되어 소위 대도시를 제외한 곳에서는 식료품이나 의료, 은행 서비스마저도 받게 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생겨난 도르프 센터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주민들의 자발적 공동체라는 이름의 도르프 센터는 철저하게 소외된 지방 주민들의 자구책이기도 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공항 백지화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 중심론자들은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지방의 분권 발전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역설하고 있다. 또한 그 뒤에는 유권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도권에 대한 구애를 버리지 못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숨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지방의 공동화 현상은 단순히 농촌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소도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역별 경제적 불균형은 그들이 제기하는 소위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지방이 한계를 극복하고 그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초적 힘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차례다. 그 답은 너무도 당연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광역 경제권을 구축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 같은 생활권으로 경제적,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지역이 경쟁을 버리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경제적 힘의 논리에 대항하기 위해서 영남권 신공항의 무산은 오히려 영남의 대통합을 호소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분명히 공감하면서도 오히려 회의적이라는 데 있다. 치열한 논쟁도 중요하지만 작은 실천을 해나가는 가운데 늘 해답은 존재한다. 공무원의 인사교류, 대학의 통합과 분화 등, 그야말로 기득권을 버리고 실천해 나가는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구호가 아닌 상생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희망조차도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면 스스로 힘을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전태흥 한나라당 대구시당 대변인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