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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르사'에 대한 오랜 열망,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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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歌(비가), 디르사에게/ 이정환 지음/책 만드는 집 펴냄

시조시인 이정환 씨가 열 번째 시집 '悲歌, 디르사에게'를 펴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에누리' 없이 털어놓기는 어렵다. 많이 사랑했던 사람을, 내 마음을 객관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친구들이 소탈한 체하고 털어놓는 연애 얘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게. 정말 소중한 얘기는 그렇게 아무한테나 쏟아놓지 않는 법이야"라고 말한다. 사랑 이야기란 자칫 따분할 수 있고, 그런 사랑을 못 해본 사람에게는 은근히 초라한 기분이 들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悲歌(비가), 디르사에게'는 이정환의 사랑 이야기다. 장경렬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는 "시인은 아무리 사랑에 심취해 있더라도 '소탈한 체' 하며 털어놓아서는 안 된다. 심취해 있으면 있을수록 절제의 마음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이정환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갑작스러운 노래'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디르사'(Tirzah)는 '그녀는 나의 기쁨'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성경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시인 이정환은 성경의 이 표현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신의 사랑이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밝히는 동시에 감정의 제어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시집은 '悲歌, 디르사에게 1, 悲歌 디르사에게 2'와 같은 형식으로 76편의 연작시로 구성돼 있다.

'한 점 별빛으로 당신 눈 안에 들어가서/ 한 점 꽃잎으로 당신 눈 속에 피어나서/ 그 어떤/ 손길로도 이제/ 짓이기지 못합니다.' -비가, 디르사에게 1-

'뒤를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을 그 곳에/ 디르사는 있습니다/ 멀리 가지 못합니다/ 갔다가 되돌아와서/ 그 자리에 섭니다.' -비가, 디르사에게 10-

이렇듯 시인은 디르사에게 바치는 노래들을 통해 하나됨을 갈망하며, 고난의 길을 걷는 순례자의 태도로 창작에 임하고 있다. 여기서 '디르사'는 시인이 오랜 세월 찾아 헤맨 열망이자,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시조'일 것이다. 118쪽, 9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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