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조선역관 열전/이상각 지음/서해문집 펴냄

조선시대 역관은 역사에 다양한 자취를 남겼다. 외교관이자 다양한 문화를 앞서 받아들인 뉴프런티어로, 국경을 넘나들며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무역상으로, 또 어떤 이는 개화를 이끈 선각자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일급기밀이나 우수한 기술을 입수한 스파이로 흔적을 남긴 사람도 있고, 천재 문장가로 이름을 남긴 사람도 있다.

책 '조선역관 열전'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밝은 눈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조선을 뒤흔든 18명의 역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관 임군례는 주특기인 말 때문에 패가망신했고, 홍순언은 임진왜란의 추를 돌려놓았다. 그런가 하면 조선인으로 청나라 역관이 된 정명수는 인조를 골탕 먹였고, 장현은 조선 최고의 역관 가문을 만들었다. 인조 때 역관 변승업은 대일 무역으로 큰돈을 벌었는데 '내 돈으로 양반인들 못 사겠는가'라며 큰소리를 쳤고, 무역에 임했던 역관 최천종은 왜인의 칼에 맞아 죽으면서 '무슨 까닭으로 죽는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본을 오갔던 역관들이 막대한 이권과 위험에 동시에 놓여 있었음을 변승업과 최천종은 잘 보여준다.

역관은 자칫 경색될 수 있는 분위기를 녹이는 역할도 했다. 선조 때, 명나라 사신을 환영하는 연회석상에서 임금이 '천자의 사신은 미관(微官)일지라도 제후의 위에 있으니 먼저 의자에 앉으시오'라고 말했다. 사신은 미관이란 말을 알아듣고 안색이 돌변했다. 이때 어전통사 표헌이 '천자의 사신께서는 미관일지라도 서열이 제후의 위에 있는데, 하물며 귀인(貴人)임에랴…'라고 둘러댐으로써 사신을 우쭐하게 해 주었다. 역관은 천 개의 입을 가졌으며, 그들의 입은 칼이자 방패로 역사를 수놓았던 것이다. 336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대한 육사총동창회의 반발이 이어졌다. 총동창회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8'의 역대급 사전예약에 힘입어 구미에서 열린 '2026 갤럭시 런칭 페스타 with 구미' 행사에는 200여 명이 ...
경북 지역 지자체들이 인구 방어선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구미시는 40만명 방어선 붕괴 위기를 겪고 있고, 고령군은 인구 3만명 회복을...
필리핀에서 중국인이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위조하여 전력망 사업에 개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이민국은 로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