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바캉스의 계절이다. 잠시 일상을 떠나는 여름휴가를 보내니, 여행이 더욱 갈증난다. 오랫동안 혼자, 또는 둘이서 아무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은 모든 사람의 로망이다. 그런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대신 채워주는 여행서들도 이때쯤 쏟아져 나온다. 요즘 여행서들의 특징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과 안내보다는 여행지에서 느낀 개인적 감성과 경험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이다.
이 책은 '자발적 백수'이자 여행작가인 저자가 쓴 라오스 여행기다. 스스로 일어나고 밥을 먹고 스스로 잠드는 것부터 연습해야 했던 백수, 백수란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가운데 최고 난이도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어느 날 라오스 지도를 보고 라오스로 홀연히 떠난다. 전 세계 여행자들의 우주정거장이나 다름없는 태국 방콕의 카오산에서 그는 우연히도 마흔 살의 남자를 만난다. 여행지에서 그 남자는 여자를 만난 지 3일 만에 프러포즈를 했고,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2% 안에 드는 남성우월주의자라고 밝힌 남자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자의 여행은 그래서 흥미롭다. 전혀 다른 극과 극의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여행지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여행지를 대하는 시각은 독자들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이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태국의 유명한 수상시장, 지구에서 가장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루앙프라방, 아시아 최대의 호수 톤레삽 호수 등을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은 여행의 속살을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다섯 달 동안 여행을 했던 두 사람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삶의 한 골목을 돌아나서면 그 어귀에서 무엇을 만날지 전혀 알 수 없다. 그것은 여행과 삶의 공통점이고, 그래서 그들의 여행은 흥미롭다. 288쪽, 1만4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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