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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그릇이 더 좋다"…공두용 시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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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그릇이 더 좋다"

요즈음 사랑은 자살골 사랑이다/공두용 지음/한국 아카이브 펴냄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이고 싶다. 채워진 그릇보다 빈 그릇이 좋다. 채워진 그릇은 더 채울 수 없지만, 빈 그릇은 밥을 넣으면 밥이 되고, 국을 넣으면 국그릇이 되고….'

공두용 시인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있는데 아는 것이 없으니 학력이 무슨 소용이며, 이것저것 해본 것은 많아도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없으니 어찌 경험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눈과 귀와 손과 발이 내 학력이요, 경력이다"고 말한다.

공 시인의 '요즈음 사랑은 자살골 사랑이다'는 시인의 한평생 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에 대해, 어디에 놓아두고 잊었는지 아니면 제 발로 나가버렸는지, 돌아오지 않는 정신에 대해, 금이야 옥이야 기른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에 대해, 시에 대해, 돼지저금통의 고마움에 대해, 폭풍우 치는 날의 소나무 같은 의지에 대해, 슬픔과 기쁨에 대해 세련된 목소리로 노래한다.

'누가 비에 젖은 내 미래를/ 서산에 지는 해를 불러 말려줄까/ 이제 남은여생 할 일이 있다면/ 아픔과 고독으로 날줄 삼고/ 슬픔과 괴로움으로 씨줄 삼아/ 희망을 한 올 한 올 엮어/ 처마 끝에 달아두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는데/ 아뿔싸/ 먼동이 길을 잃고 말았다.' -먼동이 길을 잃고 말았다-

이번 시집에 묶인 시들은 한평생을 부지런히 살아온 한 남자가, 굽이굽이 휘감아 온 먼 길을 돌아보며 쓴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희미해진 두 눈은 애써 힘을 주지 않으면 지나온 발자국도 잘 보이지 않을 모양이다. 182쪽, 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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