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일에 가려졌던 인디언들 생활상 사진으로 한눈에

북아메리카 인디언/에드워드 커티스 지음/이주영 옮김/눈빛 출판사 펴냄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활, 여행, 여가활동 등을 사진 중심으로 담은 책이 출간됐다. 지금까지 인디언과 관련해 출간된 책들이 주로 인디언 말살 혹은 말살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다루거나 인디언의 명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인디언의 전통생활상을 사진으로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은 아파치, 나바호, 코만치 등 북미 전역의 70여 개 인디언 부족을 어족(語族)과 지역으로 분류하고, 어린이, 청장년, 노인들의 모습, 거주지, 제조업, 종교의식, 놀이, 일상적인 풍습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지은이 에드워드 커티스는 1896년부터 1930년까지 북미 전역의 인디언 영토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생활상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때 찍은 사진은 '북아메리카 인디언'(The North American Indian)이라는 전 20권짜리 사진집으로 남았다. 인물과 풍경, 생활사를 담은 이 사진집은 사진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집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 '북아메리카 인디언'은 바로 그 20권짜리 사진집에서 900여 장의 사진을 가려내 한권으로 묶고, 70여 개 인디언 부족의 개요를 담은 것이다.

에드워드 커티스는 1887년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1900년 미시시피강 서쪽의 인디언 부족들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인디언 사진을 찍었다. 당초 그는 사라져가는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역사와 풍속, 생활현장을 포함하는 민족지를 구성하려고 했다.

사비를 털어 작업을 진행하던 그는 생활고에 봉착했고, 이를 안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J.P 모건을 소개해 주었다. 모건은 커티스에게 7만5천달러를 후원해 주었고, 에드워드는 인디언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자연에 순응하며 신앙과 문명을 발전시켜온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백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진출로 빠르게 사라져간 인디언 본래의 모습, 강한 외세에 동화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지은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을 얻기보다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인디언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거나 인디언의 생존에 꼭 필요한 일부 측면을 설명해주는 장면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 와중에 인디언과 그들 주변 환경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 밝힌다. 극적인 사진을 연출하기보다는 생활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애썼고, 인디언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음으로써, 지금의 인디언을 있게 만든 환경의 중요함을 빼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래로 (백인들은) 인디언을 종교와 윤리규범이 없는 사람들로 되풀이해 묘사했다.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인디언 원주민보다 더 복잡한 종교체계를 가진 이들은 없고, 인디언보다 더 열렬하게 종교와 관련한 의식을 수행하는 이들도 없다. 그들의 생활 속에는 수많은 종교행위가 녹아 있고 그들의 삶에서 종교의식과 연관이 없는 행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시어도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인디언들은 사라지고 있다. 그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두지 못한다면 엄청난 재앙일 것이다. 커티스는 축복받은 자질과 성품으로 지금까지 누구도 한 적이 없는 작업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하고 "우리 백인은 죽을 때까지 인디언의 가장 내밀한 세계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인디언의 생활과 사냥, 여행을 알 수 있고, 어렴풋이나마 영적이고 정신적인 영역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68쪽, 2만9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