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재일동포들 눈물의 애국심

오늘은 66주년 광복절이다. 일본땅에서도 전국의 각 지역 민단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오사카 총영사관은 오사카부, 교토부, 나라현, 와카야마현, 시가현을 관할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일본 전국의 재일동포 58만여 명의 약 30%에 해당하는 약 18만여 명이 살고 있다.

누구든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여기 오사카를 비롯한 교토, 나라 등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들은 평생을 조국 대한민국이 잘 되기를 소망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가 세계 7대 무역대국, 10대 경제대국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재일동포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나라 발전에 기여했다.

재일동포들이 잘살아서 여유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 오해 혹은 착각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남의 땅에 살면서 많은 차별을 받고 서러움에 북받쳐 어금니 깨물며 모은 그야말로 피눈물나는 돈이 아닐 수 없다.

동포들은 오히려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한국으로 많은 지원금을 보낸 동포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높은 세금책정 등으로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동포들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잘 된다면 뭐든 참을 수 있다'며 보내고 또 보냈다.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오사카 남쪽 제일 번화가에 있는 9층 단독 건물이다. 이 건물도 우리 오사카 재일동포들이 성금을 모아서 지어준 것이다. 오사카의 가장 요충지이기 때문에 땅이 평당 1억엔(13억원)씩 한다고 하는데 150평 규모의 땅을 사서 9층 건물을 지은 것이다. 이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다. 동포들이 어렵게 번 돈을 성금으로 모아 총영사관 건물을 지어서 대한민국 정부에 기증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들여서 왜 국가기관 건물을 지어 헌납했는지 동포 원로께 물어보니 그 대답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오사카에서 천대와 멸시받으며 살지만 악착같이 돈을 벌자! 그래서 오사카 한복판에 우리 대한민국 태극기를 휘날리게 하자! 일본인들이 보란 듯이 제일 중심지에 우리 태극기를 휘날리자!"

지금도 오사카 총영사관 건물 입구와 옥상에는 커다란 우리 태극기가 휘날린다. 동포들은 그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랑스럽게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덕분에 오사카를 다녀가는 우리 국민들도 총영사관 옥상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낀다.

그런데, 재일동포들은 국내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해 여러 가지 편견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슬픈 마음을 갖고 있다. 바로 귀화 문제다. 재일동포들은 귀화를 많이 한다. 1년에 통상 1만 명 정도 귀화를 해왔으며 최근은 그 숫자가 조금 줄어서 매년 8천여 명이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있다. 해방 당시 70만 재일동포라고 했는데, 지금은 58만 명 정도이다. 실제 58만 명 중에는 뉴커머라고 해서 최근 한국에서 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14만~15만 명 정도 된다고 보면 실제 순수한 재일동포는 40여만 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재일동포들이 귀화를 했다고 하면 변절자처럼 취급을 하는데 그런 인식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물론 국적을 바꾸지 않고 우리 이름을 쓰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 끝까지 귀화하지 않고 견디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귀화하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녀들의 장래문제, 직장문제, 사업문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할 수 없이 국적을 바꾸는 것이다. 국적을 바꾸고도 대부분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조국이 잘 되길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포 95% 이상이 2개의 이름(한국명과 통명이라는 일본이름)을 갖고 살아가는 그 비애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들이 재일동포들의 행복을 보장하거나 돌봐주지 못하는 이상, 그것을 비난하거나 매도해서는 결코 안 된다.

나라가 잘되려면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도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국민들과 동포들에게까지 실망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는 것이고 나라가 있어야 재일동포도 있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면 모두가 없다. 남다른 애국심을 가진 재일동포들도 나라 걱정을 많이 한다. 광복절을 맞아 국민들도 일본땅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동포들의 마음을 한 번쯤 헤아려주셨으면 한다.

주 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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