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다부동 전적기념관 해설사 여환숙 씨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가면 남다른 사명감으로 여생을 사는 여환숙(62) 씨를 만날 수 있다. 왜관 구상문학관 관장을 마지막으로 37년간의 공직에서 퇴임한 여 씨는 다부동 전적기념관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잘할 수 있는 일이고,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에 사명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로 3년째 해설사로 활동 중인 그녀는 지난 6월 목에 혹이 생겨 큰 수술을 받았지만 목의 통증을 무릅쓰고 해설사 활동을 계속했다. 그때 받은 수입금 전액을 양로원과 어려운 이웃에 기탁하기도 했다.

4년 전 정년퇴직 기념으로 '초록을 꿈꾸는 날들'이라는 자서전을 출판한 그녀는 시인이자 수필가이기도 하다. 해설사로서 남다른 세심함도 묻어난다. 전적 기념관 앞 조지훈 시인이 쓴 '다부원'이라는 시비 앞에 멈추어서서 한 구절을 가리킨다.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시 한 구절을 읽고 나니 그 어떤 해설보다 극명하게 전쟁의 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유월 초로의 6'25 참전 용사가 왔어요. 저의 지식은 사치에 불과했답니다. 참혹한 전쟁을 겪고 전우를 잃은 분들에게 무슨 해설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당시의 참화와 증언을 듣고 고맙다며 허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녀는 전우의 이름을 부르며 무명용사 비 앞에서 울부짖던 그들을 보면서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지금도 독도 문제로 영토 분쟁이 일어나는 이때 우리는 결코 호국 영령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형식의 글이나 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관련된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해 보고 싶습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사명감으로 해설에 임하는 그녀는 분명 아름다운 인생임에 틀림없었다.

글'사진 권동진시민기자 ptkdj@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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