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0,000m 결선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브라힘 제일란(23'에티오피아)이 28일 우승한 남자 10,000m 결선은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명승부였다.
'장거리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가 도중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지던 레이스는 두 바퀴를 앞두고 모하메드 파라(28'영국)가 선두로 나서면서 승부를 결정짓는 듯했다. 파라는 이 종목 올 시즌 최고기록(26분46초57)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10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 강력한 우승 후보였기 때문이다. 베켈레의 강력한 도전자로 지목받기도 했다. 이날 3, 4위로 달리다가 두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왔다. 파라의 뒤에는 제일란이 있었다. 제일란은 2006년 세계주니어대회 10,000m와 2008년 세계주니어 크로스컨트리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성인 대회에서는 변변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승은 당연히 파라의 몫으로 보였다. 하지만 파라가 두 바퀴를 남겨 두고 힘을 내자 제일란도 동시에 힘을 냈다. 대역전극의 전조는 결승선을 100m 남기고 서서히 나타났다. 파라가 젖 먹던 힘까지 내며 달렸지만 제일란과 거리를 벌리지 못했다. 오히려 결승선에 다가올수록 제일란은 파라와 거리를 좁혔다. 파라는 울상이 돼 갔다. 결국 50m를 남기고 제일란이 파라를 제치며 먼저 골인,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파라는 "제일란과 한 번도 경기를 해 보지 않아서 얼마나 빠른지 몰랐다"며 "결선 300m, 150m 앞두고 '더 빨리 뛰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50m를 남겨두고는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일란은 "파라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알고 있다"며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파라를 쫓아가면 1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베킬레는 이날 10바퀴를 남기고 레이스를 중도에 포기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00m 5연패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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