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1시 30분쯤 대구스타디움 공동취재구역(Mixed Zone)을 찾았다. 이날 오전 열린 남자 1,500m와 높이뛰기, 여자 세단뛰기 예선경기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경기 태도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기다리는 동안 높이뛰기는 여전히 경기가 진행 중이었지만 윤제환 선수는 2m16을 넘지 못해 가장 먼저 탈락한 상태였다. TV 중계 화면을 통해 필드 안에 윤 선수가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경기를 모두 마치고 외국선수들이 공동취재구역을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윤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 세단뛰기 정혜경 선수도 찾지 못했다. 경기 시작부터 공동취재구역에서 기다리며 TV 중계를 통해 정 선수의 경기를 지켜봤지만 정작 그녀는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에게 "한국선수들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두 선수 모두 보지 못했다. 세단뛰기를 할 때 다른 장소로 나가는 출구가 잠깐 열린 것 같다"고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경기 운영규정에는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반드시 공동취재구역을 통해 대기실로 들어가도록 돼 있다.
부랴부랴 대회 조직위원회에 선수들의 행방을 물었지만 "우리도 찾고 있다"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선수들은 자신들이 공동취재구역을 통해 빠져나갔다고 전해 왔다"는 조직위의 해명이 있었다. 그러나 오후 1시 30분까지 공동취재구역에서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입구를 지키던 안전보안요원도 "남자 1,500m에 참가한 신상민 선수는 봤지만 다른 두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때문에 인터뷰를 꺼리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출구를 통해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지 않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외국 선수들은 1위든 꼴찌든 자국 취재진의 취재 요청에 성실히 응한다"며 "한국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뛰어난 성적이 아니라 큰 대회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인 만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회에 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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