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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작가와 재료가 합의를 도출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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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작가 알도 차파로전

알도 차파로의 작품들
알도 차파로의 작품들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마구 구겨져 있다. 마치 가벼운 종이를 구겨놓은 듯한 이 작품은 멕시코 작가 알도 차파로의 작품이다.

작가는 31일까지 전시 'What if'를 여는 리안갤러리에서 작품을 만드느라 스테인리스 스틸과 힘겨루기 중이었다. 작가가 멕시코에서 공수해온 스테인리스 스틸은 꽤 두껍다.

"이것은 작가와 재료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재료와 작가의 싸움이죠. 치고 밟고 올라타고 구기고…. 재료에 대한 완전한 정복은 불가능하고 재료와 합의를 도출하게 되지요. 그 합의 결과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작가는 재료에 가해지는 작가의 개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없이 부드러울 것 같은 질감과 스테인리스 스틸의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가 상반되면서 세련된 아름다움을 준다.

나무로 만든 텍스트 조각은 또 다른 맥락을 갖는다. 'PULA'. 현대미술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창녀라는 뜻의 'PULA'를 통해 이 시대 흔해빠진 사랑 이야기를 새삼 하고 있다.

마치 기념비처럼 세워져 있는 문자 조각 리차드 프린스의 브룩쉴즈(Richard Prince's Brookeshields)는 기존의 사진을 다시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작가 프린스가 브룩쉴즈 10세 때 게리 그로스가 찍은 사진을 다시 촬영해 보여준 사회적 논란을 다시 상기시킨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스테판 세이모(Maurizio Aattelan's Stephanie Seymour)는 미국의 거부 피터 브란트와 세계적 모델 스테판 세이모 사이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텍스트의 사용은 관객들에게 이미지와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동시에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완성된 예술작품으로 놓여진다.

이처럼 작가는 사회적, 예술적 이슈를 작품에 끌어들임으로써 이슈를 증폭시킨다. 이야깃거리를 촉발시킬 수 있는 개념을 통해 작가는 "텍스트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말한다. 작품의 동시대성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특히 물감을 뿌려놓은 평면 작업은 음악과 미술 두 가지 장르의 접점을 보여준다.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그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죠."

2층 전시실 벽 전체엔 거대한 문자가 그려져 있다. 'TOO LATE TO DIE YOUNG '. 미국의 스타에 대한 징크스 '네가 유명해지려면 이미 늦었다'는 미국의 농담을 차용해서 '나는 유명한 작가가 되기엔 너무 늦었다'고 비꼬기도 한다.

밝고 경쾌한 색감의 스테인리스 스틸과 네온, 세련된 이미지의 문자 조각이 던져주는 가벼움과 달리 그 속에는 꽤 개념적인 생각들이 담겨 있다. 디자인과 순수 예술의 경계 위에서 자신의 예술 영역을 실험하고 확장하고 있다. 053)424-220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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