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계주 세계 신기록으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대미를 장식한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200m 우승과 함께 2관왕에 올라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임을 입증한 볼트의 이면에는 남모르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대회가 열리기 직전 볼트의 전담 코치인 글렌 밀스(62) 씨가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선수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는 전담 코치의 건강은 선수 컨디션과도 직결된다. 그런 코치가 아프다는 사실은 외부뿐 아니라 팀 내에서도 소문이 돌지 않도록 입단속을 해야 한다.
자메이카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매일신문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운데다 곧바로 병원 측에 진료를 요청할 경우 자칫 익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본사는 이번 대회 지정병원 중 하나인 동산병원(병원장 한기환)과 의논했고, 비뇨기과 박철희 교수가 흔쾌히 밀스 코치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단순 질환일 수도 있지만 혹시 악성 질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병원 측은 진료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면서 이틀간에 걸쳐 정밀검사를 해 주었다. 다행히 병명은 오랜 시간 여행과 피로가 쌓여서 온 단순한 질환.
며칠분 약 복용이 필요했지만 약국에서 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동산병원 측은 자체 원내처방으로 처리해 대회 기간 내내 복용할 수 있는 약도 지급했다. 다행히 밀스 코치는 건강을 회복했고, 볼트의 신기록 작성도 이뤄냈다.
밀스 코치는 "대구 시민들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아름답게 치러지도록 멋지게 준비한 데 놀랐다"며 "우수한 의료 시스템에도 감동했다"고 전했다. 밀스 코치는 동산병원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우사인 볼트의 사인을 전달했다.
동산병원 이영준 홍보팀장은 "대회가 끝나 뒷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자메이카 선수단 외에도 아프리카 베냉의 미엘 선수(400m 출전)와 세계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인 카메룬의 칼카바 말붐 부부, 아프리카스포츠연맹 파티라민 씨 등이 동산병원을 찾아 진료와 함께 뇌 MRI 등 종합건강검진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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