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의 병성천은 상주 공성면 국수봉 남쪽 계곡에서 발원해 영오리를 거쳐 청리면을 지나고 상주시내 경북대 상주캠퍼스(옛 상주대) 앞으로 흘러 낙동강에 유입되는 건천(乾川)이다.
김천에서 상주로 나 있는 3번 국도(자동차 전용도로)를 10㎞가량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여남재' 왼쪽에 위치한 산봉우리인 백두대간 국수봉(掬水峰'해발 763m)에서 발원한다. 국수봉의 '국'자는 본래 '국화국'(菊)자를 썼지만 일제강점기 시절에 현재의 '움킬국'(掬)자로 바꿨다는 설이 있다. '수'자는 본래 공성이 물이 메마른 지역이라 물수(水)자를 썼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있다. 사실 병성천은 예나 지금이나 물이 그리 풍족하지 않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다. 최근 들어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병성천은 메말라 있을 정도로 건천이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한 우하초교 부지에 올 초부터 조성 중인 '백두대간생태교육센터' 터가 모동면의 물을 금강으로, 공성면의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 보내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발원지, 국수봉
여남재 마루에는 공성면번영회가 1990년'여남재' 표석을 세웠다. 표석에는 '여남재 찬사'글이 음각돼 있다.
'억겁의 세월에도 미동 없는 여남재. 한결같은 너의 감쌈 갸륵도 하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고갯마루를 넘나들며 너의 따뜻한 영기에 마음 든든하였으며, 비바람 눈발을 가소롭게 꿋꿋한 너를 본받고, 침묵 속에서 영원을 꿈꾸는 너의 기상을 따르리'
여남재에서 내려다보면 왼쪽은 김천에서 내리뻗은 백운산, 오른쪽이 국수봉이다.
여남재 넘어 상주 공성면과 청리면 소재지 등을 거쳐 상주시내까지는 30㎞ 거리이다. 병성천의 흐름이 신작로와 비슷하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그러니 국수봉에서 북천까지 이어지는 병성천의 길이 역시 20여㎞에 이른다.
병성천은 국수봉에서 발원해 영오리-거창리-옥산리-초오리를 지나 청리면 하초리-가천1'2리-수상리-원장1리-삼계1리-합하리-원장2리를 휘감아 돌아 상주시내 경북대 상주캠퍼스(가장동) 앞을 질러 상주 도심천인 북천과 합해져 낙동강으로 유입된다.
◆병성천 상류, 공성면
조선 말엽 공성면은 공동면'공서면으로 구분돼 있었으나 1921년 행정구역 개편 때 합쳐 지금의 이름을 쓰고 있다.
상주는 전체적으로 논이 많은 등 평야지대인데, 공성면 지역은 총면적(89.3㎢) 중 임야가 57.6%에 이를 정도로 산악지로 형성돼 있다.
현재 공성면 지역에서는 38개 마을에 2천269농가, 4천900여 명의 주민들이 벼농사와 과수에다 축산업을 하며 살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넘쳐났던 우리나라 타 농촌과 마찬가지로 공성면 지역에서도 1970, 80년대에는 1만3천여 명이 살았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살았다. 그후 산업화와 함께 인구 유출이 심해지면서 인구 수가 4천여 명 선으로 줄어 이제는 '소 자랑은 해도, 사람 자랑은 못할 형편'이 돼 버렸다.
인구 수 감소와 함께 학교 수도 덩달아 줄어 초교가 4개에서 현재는 2개만 있고, 덩치가 컸던 용운중고도 이제는 왜소해졌다. 유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용운중고는 학년별로 승마학과가 있는 게 특징이며 유소년 축구부도 운영 중이다.
공성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정형편이 좋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모두 김천고 등으로 유학했다. 이는 상주 전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천까지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성백영 상주시장 등 현재 상주 관내'외에서 활동 중인 상주출신 50대 이상 유명인들의 상당수가 김천고 출신들이다. 특히 공성~김천은 20여 분 거리여서 교육 의존도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1, 6일에 서는 5일장과 우(소)시장이 매우 성대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더군다나 우시장은 열리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농산물을 수확해 경북선 열차를 이용, 상주와 김천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꾸렸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5일장에서는 서커스단 공연이 펼쳐져 아이들에겐 축제의 장이 되기도 했다고 공성면사무소 김광석(52) 계장은 회고한다. 이처럼 공성면 5일장이 성대하게 열렸던 것은 김천에서 20㎞, 상주에서 16㎞로 교통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문경'상주에서 서울로 가려면 경북선 열차로 이곳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에 공성면 옥산역은 유명했다. '상주의 주먹이 옥산에 와서는 울고 간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텃세도 심했던 곳이다. 지금도 김천-상주-문경-영주로 이어지는 경북선 철도에는 완행과 새마을호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칙칙폭폭 ' 달리고 있다.
공성면을 지나는 3번 국도가 2차로로 확'포장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그전에는 차량이 '털털' 거리면서 달리면 흙먼지가 날려 노변에서 논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며 피해야 했던 시절이다. 현재 김천에서 여남재까지만 4차로로 확포장된 상태지만 내년 말 상주시내까지 확포장이 이뤄지면 4차로가 문경을 거쳐 영주-안동까지 이어지게 된다.
현재 공성면 소재지 입구 마을인 하초리 국도변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가로변을 장식, 어느새 가을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저녁 무렵이라 그런지 해바라기는 하루를 반성이나 하듯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숙연한 모습을 하고 있다.
◆포도와 복숭아, 그리고 소
공성면에는 큰 들판은 없어도 초오들, 금계들 등 충분한 논에다 상판지에서 스며 나오는 물 골 옆으로 산재한 밭에서는 주민들이 포도농사 등을 생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국수봉 반대편의 김천에서 뻗어내린 백운산 자락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백운산포도작목반(백운산포도)은 회원 100여 명으로, 포도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 밖에 복숭아'사과 등 과수와 논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감의 고장, 상주' 답지 않게 감농사는 거의 짓지 않고 있다.
공성은 예로부터 소를 많이 키우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터가 좋아서 그런지 예로부터 소가 튼튼히 잘 자라 어느 우시장에 소를 내놔도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전국 면(面에) 단위에서 가장 많은 한우 사육(1만5천700마리) 두수를 자랑하고 있을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한우가 많은 고장이다.
옥산리에서 만난 김모(79) 씨는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소를 한두 마리씩 몰고 병성천 변으로 나와 풀을 뜯게 하거나 풀어놓고 어둠이 내릴 즈음에 소를 찾아 집으로 들어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성면에서는 옛날부터 소를 많이 키웠으며, 자식들이 대학이나 시집, 장가갈 때 한 마리씩 팔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1970년대에는 잠업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 시책사업(새마을운동)으로 잠업을 권장할 당시 초오3리에는 넓은 뽕나무밭이 있었고, 혹시 박 대통령이 올 것에 대비해 마을에 2층짜리 접대용 건물을 짓고 그 옆에 헬기장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지금은 그 건물이 사유화돼 창고로 쓰이고 있다고 면사무소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도 봉산2리에서는 잠업을 하면서 누에가루 등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병성천의 문화유산
공성면 지역은 김해김씨, 밀양박씨, 달성서씨, 경주최씨 등이 6~8%로 비슷한 분포를 보이며, 옹기종기 살고 있다. 교통이 발달, 일찍이 도시 문물을 접하면서 교육열이 높아 경제적으로 앞서가는 농촌마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에는 효곡재사(孝谷齋舍'효곡리 516)'무곡리3층석탑'취은고택(醉隱古宅) 등 경북도 지정 문화재가 있다. 효곡재사는 여산송씨 문중의 유학자인 우곡(愚谷) 송량(1534~1618) 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증손이 17세기 후반에 지은 목조 와가 건물이다. 무곡리3층석탑(무곡리 산46-1)은 고려시대 석탑으로, 높이 495cm, 기단폭 140cm, 옥개석 105cm 규모다. 취은고택(봉산리)은 여산송씨 정가공파의 고택으로, 50여 가구로 둘러싸인 골가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대지주의 집. 1만㎡의 넓은 대지를 토석 담장으로 쌓고 다시 내부 담장으로 안채'사랑채'문간채 영역을 한정 짓고 농사일을 위한 커다란 마당을 안채 영역 뒤쪽에 둔 것이 특징이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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