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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에게 이중 부담 지우는 민자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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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 수입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해마다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포함, '최소 운영 수익 보장'(MRG) 방식으로 건설된 9개 민자 고속도로에 정부가 물어준 돈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조 5천251억 원이나 된다. MRG 방식이란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을 민간에서 건설한 후 운영 수입이 예상보다 적으면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세금으로 민자 사업자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보장해 준다는 비난으로 2006년 폐지됐지만 그전에 계약된 9개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운영 수입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 지경에 오게 된 원인은 잘못된 수요 예측 때문이다. 현재 9개 고속도로의 교통량은 예측치의 평균 57%에 불과하다. 의도적으로 교통량 수요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생길 만하다. 정부는 이런 엉터리 예측을 곧이곧대로 믿고 덜컥 계약을 해준 것이다. 수요 예측이 정확한지 검증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그 무책임, 무사안일이 놀랍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재정으로 건설한 고속도로보다 훨씬 비싸다. 가장 비싼 대구~부산 고속도로의 경우 재정 고속도로의 2.21배에 달한다. 엉터리 수요 예측과 비싼 통행료로 이익은 민자 사업자가 챙기고 손해는 국민이 떠안는 꼴이다.

운영 수입 보조와 비싼 통행료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은 국민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안기는 처사다. 이는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고속도로를 포함한 국가 기간시설 건설에 민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재정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면 공기를 길게 잡으면 된다. 국민은 그 정도는 충분히 인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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