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유머다. 모세와 예수 그리고 노인, 이렇게 3명이 골프를 쳤다. 연못을 가로질러야 하는 파3 홀에서 모세가 먼저 티샷을 했다. 공이 연못에 빠졌는데 모세가 연못 앞에 서자 연못이 반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있는 공이 보였다. 모세는 거기서 세컨드 샷, 깃대에 붙여 파 세이브를 했다. 다음은 예수 차례. 역시 티샷이 못에 빠졌다. 공이 물 위에 둥둥 뜨자 예수는 물 위로 성큼성큼 걸어가 거기서 세컨드 샷, 깃대에 붙여 역시 파 세이브.
마지막으로 노인 차례가 됐다. 노인 역시 티샷이 연못에 빠졌다. 그런데 물속의 거북이가 공을 물어다 페어웨이 위에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그때 독수리가 날아와 공을 물고는 그린 위로 날아가 홀 컵 속에 떨어뜨려 버렸다. 홀인원, 노인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러자 연장자(?)인 모세가 예수에게 한마디했다. "다음부터 네 아버님 모시고 오지 마."
골퍼들은 공이 잘 맞으면 그날 '신들린 샷'을 했다고 한다. 프로 골퍼들은 '그분'이 오셨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신이 내렸(接神)다고도 한다. 이런 좋은 기분은 일 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다고 한다. 며칠 전 열린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 최혜정 선수가 이런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븐파 하기도 어렵다는 코스에서 버디 10개, 10언더파를 몰아치며 극적으로 우승한 것이다. 골프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스포츠다. 최경주 선수는 위기 때마다 성경 구절을 왼다고 한다. 최혜정 선수도 마지막 날 플레이에 대해 '그분이 오셨다'고 했다. 초일류 선수들도 '그분'을 찾는 것을 보면 골프가 난해한 운동임이 틀림없는 모양이다.
그 최혜정 선수가 대구 출신이다. 대구의 무더운 날씨에 단련된 은근과 끈기가 뒷심 발휘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 출신 프로 골퍼들이 유난히 많다. 배상문, 김대현, 류현우, 이태규, 한성만, 김도훈 등 굵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15개 대회 중 5개 대회를 대구 출신이 휩쓸어 KPGA를 '대구 천하'로 만들기도 했다.
이제 여자 골프계에도 지역 출신 선수가 뜨기 시작했다. 대구와 골프의 연륙교를 만들어 '스포츠 대구'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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