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쁘고 힘든 당신, 여행 떠나라!…전남 장흥

적막하고 불편한 '슬로시티'로…

전남 장흥은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고장이다.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사실 장흥은 오래전부터 물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장흥을 가로지르는 탐진강은 풍부한 수량과 은어가 사는 1급수의 수질을 자랑한다. 매년 여름 탐진강에서 열리는 정남진물축제는 물을 테마로 한 축제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또 장흥은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다. 최근에는 누드 산림욕장을 개장해 세간의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다양한 볼거리가 공존하는 장흥으로 초가을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느려서 아름답고 불편해서 더 즐거운 슬로시티

표고버섯이 주 특산물인 유치면 일대(봉덕'신덕'반월'수덕'인암'월암'새몰목마을)와 장평면 우산지구가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다. 슬로시티의 상징인 달팽이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유치면에 접어들면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산이 깊어진다. 유치면 일대는 대낮에도 고라니가 자주 출몰할 만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청정지역이다. 슬로시티 마을은 장흥댐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한번에 모든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두 마을을 골라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이 좋다.

슬로시티 마을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친환경 농업단지로 지정되어 있는 월암마을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어성초로 유명하다. 6만6천115㎡(2만여 평)의 농지를 이용해 어성초를 비롯해 녹차'삼백초'작두콩 등을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월암마을은 1970, 80년대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맨드라미가 피어 있는 낮은 돌담길 너머 작은 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가득 널려 있다. 대문 앞 감나무는 주렁주렁 감을 매단 채 가지를 돌담 밖으로 축 늘어뜨리고 있다. 14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라 한적하고 고요하기 그지없다. 앞산 뻐꾸기 울음이 마을의 고요를 깨우는 유일한 존재다. 월암마을에서는 산림욕도 즐길 수 있다. 유치자연휴양림 입구가 마을에 있기 때문이다.

반월마을은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데 사용된 참나무 폐목을 이용해 장수풍뎅이를 기르는 장수풍뎅이마을이다. 장수풍뎅이를 비롯해 장아찌'한옥민박'녹색농촌체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봉덕마을에서는 청국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으며 주민들이 기른 표고버섯과 채취한 산나물도 구입할 수 있다. 슬로시티방문자센터'천년고찰 보림사'비자림숲 산책로'분재수석전시관'농촌사랑체험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수인산성 입구 상수원보호구역에 자리 잡고 있는 수덕마을의 자랑거리는 야생녹차다. 수덕마을에서 생산되는 발효차인 청태전은 2008년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세계 녹차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장흥과 영암의 경계인 국사봉(614m) 기슭에 자리 잡은 인암마을은 화가'시인'조각가 등이 입주해 마을공동체를 이룬 작가촌이다.

지렁이 분변토 농법의 메카를 꿈꾸는 우산지구에는 폐교를 활용한 지렁이생태학교가 있다. 지렁이생태학교에 들어서면 징그럽고 더러운 이미지로 각인된 지렁이가 흙을 살리고 생태계 복원을 이끄는 소중한 생물자원임을 깨닫게 된다.

슬로시티는 때묻지 않은 청정자연과 사람들, 오랜 세월 유지되어 온 전통 생활방식, 시골 외갓집에 온 것 같은 포근함과 정겨움이 간직된 곳이다. 마음이 번잡할 때 슬로시티에 가면 평온을 찾을 수 있다. 현대인들이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슬로시티로 달려가는 이유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편백나무를 테마로 한 휴양공간으로 억불산(518m) 자락에 있다.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아 평일에도 주차할 곳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40년생 편백나무가 울창한 우드랜드에는 목재문화체험관을 비롯해 한옥촌'황토집'목공건축체험장'생태주택체험장'편백톱밥 산책로'편백소금집'어린이놀이터 등이 조성되어 있다.

편백소금집은 향긋한 편백나무와 국내산 천일염 소금을 활용한 건강 찜질방으로 소금마사지방'소금해독방'소금호흡방'황토방'편백방'소금동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용 요금은 성인 1인당 1만원이다. 우드랜드에는 숙박시설도 있다. 드라마 '대물'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 이용료는 6만∼20만원으로 인터넷(www.jhwoodland.co.kr)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전국 최초 누드 산림욕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에는 올 7월 말 개장한 누드산림욕장인 '비비 에코토피아'가 있다. '비비 에코토피아'는 아토피 등 환경성질환 치료를 돕기 위해 조성된 풍욕장이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여느 편백나무숲과 다르지 않지만 '누드'라는 말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비비 에코토피아'는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다.

누드 산림욕장이라 해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누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풍욕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누드가 좋지만 풍속 문제 등으로 인해 친환경 종이옷을 입게 되어 있다.

'비비 에코토피아'를 이용하려면 관리사무소에서 종이옷(2천원)을 구입한 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입장해야 한다.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며 선착순 200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물과 수건은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TIP

장흥은 2008년 지식경제부로부터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가사문학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는 '관서별곡'의 저자 기봉 백광홍을 비롯해 소설가 이청준'송기숙'한승원'이승우, 시인 정재완'김제현'김녹촌 등의 문학가를 배출했다. 덕분에 이청준 생가(회진면 진목리)와 천관산 문학공원 등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들이 많다.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 중턱 탑산사 아래에 위치한 천관산 문학공원에는 국내 유명 문인들의 육필과 메시지가 보관된 15m 높이의 문탑과 유명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자연석에 새겨놓은 문학비 등이 있다.

대구에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가는 길은 중부내륙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칠원분기점 남해고속도로 진주'함안 방면~순천IC 장흥'순천 방면~보성'벌교 방면~향양삼거리에서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된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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